"민주주의는 완벽한 정치체제나 불변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모험과 실험을 통해서 나은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시민 항쟁'으로 민주정부를 수립했다는 자부심도 찰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 팬덤 정치, 사회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나, 재미 석학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의 관점은 자못 낙관적이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라는 것. 과거 저술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crisis)'나 '부패(decay)'로 칭했던 것보다는 긍정적인 관점이다.
신 교수의 신간 '민주주의의 모험(인물과사상사 발행)' 출간 기념 세미나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 쇠퇴인가 반등인가?'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신 교수는 크게 △정치 △외교·안보 △사회·문화·경제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모험과 실험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며 그 발전 가능성을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이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스트롱맨(권위주의 성향)' 리더십입니다. 상호존중과 '구동존이'적 자세의 리더십 회복이 필요합니다."
신 교수는 사법화가 심화한 국내 정치적 상황을 '리더십 위기'로 진단했다. 그렇지만 정치 사법화 같은 실패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 교수는 현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 노력의 방향은 맞다고 봤으나 결정적인 상황에서 미국은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기에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며 가치 외교만큼이나 실용 외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성'을 전제로 한 민주주의의 역동적인 모험과 발전은 한국 사회의 당면 위기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도 봤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다양성을 높이는 것을 여성에 대한 배려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실리콘밸리의 성공에서 보듯 다양성이 기술혁신에 굉장히 중요한 핵심요소라고 봅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는 민주적 가치와 체제가 합계출산율 0.78명의 한국에 닥친 인구학적 위기를 해소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1983년 도미한 후 40년을 맞는 올해 출간한 이 책은 신 교수가 한국어로 쓴 두 번째 책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월간지에 연재한 글을 토대로 했다. '역사의 종말'로 잘 알려진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와의 신년 대담도 함께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