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온 수출이 이달 들어 반등하고 있다. 무역수지(총수출-총수입) 적자 규모도 19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하면서 수출 부진에 발목 잡혔던 한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6월 1~20일 수출액은 328억9,5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1~20일 수출 실적이 플러스(+)로 돌아선 건 지난해 8월(3.7%)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0% 줄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14.5일)는 지난해 같은 기간(13.5일)보다 하루 더 많았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110.1%)와 선박(148.7%) 수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자동차부품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반도체(-23.5%), 석유제품(-36.0%), 무선통신기기(-0.7%), 정밀기기(-2.9%) 수출은 줄었다.
그러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감소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경기 회복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 반도체 수출 감소폭은 4월 41.0%에서 5월 36.2%→6월 1~10일 31.1%→6월 1~20일 23.5%로 계속 줄고 있다.
상대국별로 보면 미국(18.4%)과 유럽(26.4%), 홍콩(26.2%), 인도(15.8%), 일본(2.9%) 수출은 늘었으나, 교역 규모가 가장 큰 중국 수출은 12.5% 줄었다. 지난달까지 벌써 12개월째 대중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폭이 줄고 있다는 점은 긍정 요인이다. 이달 1~20일 대중 무역 감소 규모는 4월(26.5%)의 절반을 밑돈다.
국제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안정화한 덕에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유(-34%)와 가스(-8.8%) 수입액이 크게 줄었다. 덩달아 1~20일 총 수입액(345억200만 달러)도 11.2%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6억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6개월 연속 무역적자 가능성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달 같은 기간(42억9,800만 달러 적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1~20일 무역수지를 기준으로 볼 때 2021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적자 액수로, 기획재정부는 4분기쯤이면 무역수지도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90억4,400만 달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물가·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내수도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모습”이라며 “최근의 긍정적인 흐름이 빠르고 강한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