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내 설립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지난해 스타트업 등에 2,118억 원을 신규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CVC는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털(VC)과 비슷하나, 단기 투자보다 인수·합병(M&A)까지 염두에 둔 장기 투자를 하는 특징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2023년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포스코홀딩스, GS, CJ, 효성 등 12개 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지주회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인 벤처캐피털 주식을 보유할 수 없으나, 2021년 말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법 개정은 지주회사 내에 있는 풍부한 자금을 벤처 생태계로 흘러가게끔 유도하기 위해 이뤄졌다. 대·중견기업이 CVC를 통해 '벤처 마중물'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다.
CVC 도입 이후 총 130개 기업에 대해 2,118억 원의 신규 투자가 진행됐다. 기업 한 곳당 16억3,000만 원을 투자받은 셈이다. 특히 회사를 세운 지 7년 이하 창업기업 투자가 전체의 73.8%를 차지했다. CVC가 창업 초기 기업 운용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등에 투자를 집중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다. 자율주행, 전기차 등 전기·기계·장비와 이차전지, 신소재 등 화학소재가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소속 CVC가 아직 설립·운용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 규모는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CVC는 벤처기업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어, 벤처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 제도가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 사익 편취 등에 악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사항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