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과 의원정수 10%(30명) 감축,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제도 도입 등 '정치쇄신 3대 과제'를 제안했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또 "한중관계를 상호주의에 입각해 새로 정립해야 한다"며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과 건강보험 수급권 제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국민에게 정중한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약속을 지킬지,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해 달라"며 "우리 모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서명하자"고 압박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외에 △의원정수 10% 감축 △무노동·무임금 제도 도입을 3대 정치쇄신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주권자인 국민께서 국회의원 정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치과잉 때문"이라며 "의원 숫자가 10%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또 가상자산(코인) 사태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거론하며 "무단결근을 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제를 주장했다.
김 대표는 약 50분간의 연설의 상당 부분은 민주당 비판에 할애했다. 이 대표가 전날 윤석열 정부를 '5포(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 포기)정권', '압구정(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 몰두) 정권'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었다. 그는 "어제 말씀은 동의하기 힘든 장황한 궤변"이라며 "사법리스크, 돈 봉투 비리, 남 탓 전문, 말로만 특권 포기 '사돈남말' 정당 대표로서 하실 말씀은 아니었다"고 받아쳤다.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면담한 이 대표를 향해 "중국대사 앞에서 조아리고 훈계를 듣고 왔다"고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과 야유를 쏟아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약 10만 명의 국내 거주 중국인에게 투표권이 있었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건강보험기금이 외국인 의료쇼핑 자금으로 줄줄 새선 안 된다"며 "건강보험 '먹튀',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겠다"고 주장했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으로 분출된 한중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반중 정서'에 기댄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민생 위기 해결을 위해선 △노동개혁 △조세개혁 △규제혁신을 제시했다. 이 대표의 '35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제안에 대해선 "추경 중독을 끊어야 한다"며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심한 연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한심한 연설을 할 수 없다. 협치 의지, 공감 능력, 책임 의식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도 "김 대표가 여당 대표인지 야당 대표인지 구별이 잘 안 됐다"며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이 나라를 어떻게 책임지겠다, 어려운 민생 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말씀보다 오로지 남 탓, 전 정부 탓을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