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1년 만에 증권업계 담합 여부 조사를 개시했다. 증권사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을 누리는 과정에서 이익 극대화를 위해 서로 짰는지 따져보는 차원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이날부터 메리츠, KB, 삼성, NH투자,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증권업계를 향한 공정위의 대대적 조사는 2012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 이후 처음이다. 증권사는 물론 은행까지 엮였던 CD 금리 담합 의혹 사건은 조사 4년 만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었다.
공정위 조사 범위로 알려진 예탁금 이용료율, 신용융자 금리 등을 보면 증권사 조사는 은행권 담합 조사와 닮았다. 기준금리 인상 때 은행처럼 이자로 큰 수익을 얻은 증권업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공정위는 2월 말에 이어 이달 중순 주요 은행의 금리·수수료 담합 의혹을 조사했다.
예탁금 이용료는 주식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겨 놓은 여유 자금에 붙는 일종의 이자다. 지난해 평균 예탁금 이용료율 0.37%로 2~3%대인 은행 예금금리를 크게 밑돈다. 은행 신용대출과 비슷한 증권사 신용융자는 금리가 연 10% 안팎인 상품도 적지 않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예탁금 이용료율과 신용융자는 은행 예금·대출금리와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예금 금리처럼 찔끔 오르고, 신용융자 금리는 대출 금리처럼 빠르게 뛰었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증권사까지 포함해 금융권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예탁금 이용료율, 신용융자는 사실상 전 증권사와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담합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수십 개 회사가 경쟁하는 증권 시장에서 증권사끼리 담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4월 공정위가 조사와 정책 부서를 분리하면서 조사 강도가 더욱 세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만 해도 공정위는 은행권, 증권업계 외에 백내장 보험금 지급 거부와 관련한 보험업계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