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너무 ‘물수능’이 되어버리면 재수생, 현역 가릴 것 없이 다 손해를 본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냥 실수로 하나 틀리는 것마저 등급으로 연결이 될 수 있으니까 쉬워지는 거는 수능의 역할이나 능력을 부정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등급이 비슷한 친구들 다 똑같이 ‘불수능’이 낫다고 항상 말하고 있어요. 수능의 난이도가 낮아지면 한 개 틀리면 등급이 막 많이 내려갈 것 같은데 그래서 한 과목이라도 삐끗하면 더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응한 고3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한 번의 실수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이날 이 방송에 출연한 서부원 광주 살레시오고 교사 역시 “유명한 말이 있다. ‘킬러(문항)가 사라지면 실수가 등급을 결정한다’. 그러니까 ‘운’ 시험이냐 이렇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을 위해 출제됐던 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지면 결국 누가 실수를 덜 했는지가 성적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전날 국회에서 실무 당정협의회를 연 후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변별력을 높이나,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며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나온 변화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 교사는 “(킬러 문항이 빠진 곳에) 어떤 유형이 들어올 거고 주로 어떤 식으로 난이도가 조정될 거고 어떤 영역에서 그렇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불안하니까 전문적인 사교육 기관을 가든가 이렇게 될 것”이라며 “이런 게 너무 불 보듯 뻔해서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등 고질적인 교육 문제의 해법으로 수능 킬러 문항 배제를 제시한 데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서 교사는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 문제, 대입 전형 신뢰를 확보하는 문제, 생존 위협에 직면한 지방대 문제 등 숱한 문제들이 있는데 큰 문제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하나의 지엽적인 킬러 문항을 넣네, 마네 문제로 교육 문제가 치환되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