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공공기관 지침 만들 때 노동자 참여 권고..."노정교섭 제도화하라"

입력
2023.06.20 16:25
2021년 ILO 핵심협약 제98호 비준 뒤 첫 권고
"노조 요구의 정당성을 국제기구가 인정"

국제노동기구(ILO)가 공공기관 관련 지침을 만들 때 노동조합 참여를 보장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노조가 공공기관장 등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해도 정부 지침에 가로막히는 등 단체교섭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정부가 이제라도 노정교섭을 제도화해 노동자와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지난 17일 ILO 산하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정부 차원에서 발표된 지침이 공공기관의 단체교섭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지침) 수립 과정에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할 것을 요청한다"고 권고했고, ILO 이사회가 이를 채택했다.

ILO 권고는 지난해 6월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한 진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노조는 정부가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이나 경영지침 등 각종 지침을 통해 근로조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하달하고, 노사가 이와 다른 단체협약을 맺으면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주는 등 불이익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즉 공공기관 뒤에 숨은 정부가 지침에 맞는 단협 체결을 강요해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권고가 한국이 2021년 4월 ILO 핵심협약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를 비준한 이후 첫 번째 권고인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노정교섭·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약을 비준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게 돼 재판에서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그간 지속적으로 요구한 노정 직접 교섭, 공공기관 산별교섭 요구가 정당한 요구임을 국제기구가 재확인했다"며 "이번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지침을 노정교섭 방식으로 민주적으로 결정하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노조는 △공공기관 운영법·노조법 개정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민주적 개편을 요구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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