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 왜 직무몰입이 낮을까

입력
2023.06.22 04:30
25면

편집자주

초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하락했던 전 세계 직장인들의 직무몰입(engagement) 수준이 지난해 다시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에 맞춰 실시된 원격근무 여파로 느슨해졌던 근무 행태가 지난해 다시 정상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몰입이 높아지면서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수준도 함께 높아졌다. 다만 우리나라 직장인 가운데 직무에 몰입하고 있다는 비율은 세계 평균의 절반,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21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60개국의 12만2,000여 명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장에서의 직무몰입과 스트레스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3%의 근로자들이 회사 일에 몰입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용한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비율(5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과 2021년에 비해서는 높아진 것이다. 직무몰입 상승에 대해, 갤럽은 팬데믹 국면이 완화하고 노동시장이 정상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갤럽은 전세계 근로자의 평균 몰입도가 인적자원관리가 잘 갖춰진 우량 기업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글로벌 경제 전체로 8조8,000억 달러의 생산성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갤럽은 자신들이 별도로 선정한 인적자원관리 우수기업의 직무몰입 비율이 72%에 달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세계 근로자의 평균 직무몰입을 해당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8조 달러가 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갤럽은 회사와 관리자의 적극적 인적자원 관리로 종업원의 직무몰입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직장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도 동반 상승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 세계 근로자 가운데 44%가 직장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38%) 보다 6%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대륙별·국가별로 직무몰입 수준이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대륙별로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의 몰입비율(33%)이 전년 대비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과 남미 근로자 가운데서도 직무에 몰입한다는 비율이 30%를 넘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중동, 유럽 지역의 직무몰입 비율은 20% 미만이었다.

국가별로는 아프리카 말리(47%) 근로자의 몰입비율이 가장 높았다. 인도(33%)와 방글라데시(34%)의 몰입비율도 높았다.

반면 한국 근로자들의 몰입비율은 12%에 머물렀으며 일본과 대만의 비율도 각각 5%와 11%에 불과했다. 유럽에서도 루마니아와 북마케도니아 등이 각각 35%와 29%에 달한 반면, 영국(10%)과 독일(16%), 프랑스(7%) 등의 비율은 낮았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