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18일(현지시간)부터 독일·프랑스를 차례로 찾는다. 리 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이어 중국의 권력서열 2위이자 경제 사령탑이다.
중국의 2인자가 올해 3월 취임 이후 첫 순방지로 유럽을 택한 건 의미심장하다. 미국과 전방위적으로 대립 중인 중국은 유럽이 미국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길 원한다. 그래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중국 견제에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의 두 핵심 축이다. 리 총리는 중국 시장의 개방성에 기반한 경제 협력 강화를 고리로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프랑스 또한 중국의 노크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경제 대국인 중국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이득을 볼 여지가 충분한 데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도 미국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등에 따르면, 18일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 리 총리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올라프 숄츠 총리와의 회담·만찬, 제7차 중국·독일 정부 간 협의 참석 등 일정을 줄줄이 이어간다. 중·독 경제기술협력포럼, 중·독 기업인 라운드테이블, 독일 기업 참관 및 기업인 간담회 등 경제 일정도 꽉 차 있다.
리 총리는 22, 23일에는 프랑스 정부 초청으로 파리를 방문해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중국은 리 총리 순방이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리 총리는 베를린 도착 후 "이견과 차이를 잘 조율하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 세계 평화 및 번영에 좋은 신호를 보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독일과의 관계 개선에는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독일은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DW는 "중국은 독일 정부 내에서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중국은 독일이 맹목적으로 미국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강화된 유럽 전반에 강화된 대중국 우려와 불신을 누그러뜨릴 필요도 있다.
리 총리 순방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18, 19일 중국 방문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았다. 미국과 중국이 양국 관계를 어떻게 이어갈지를 두고 담판을 벌이는 와중에 중국이 미국의 대표 우방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