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사건을 수임하고도 3회 연속 재판에 불출석해 패소 판결을 받게 한 권경애(58)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렸다. 피해자는 "한없이 관대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결론"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변협은 19일 "징계위원회는 이날 비공개 회의를 개최한 뒤 권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변협 관계자는 "성실의무 위반 정도가 중한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권 변호사가 받을 수 있는 징계 종류는 △제명 △3년 이하 정직 △3,000만 원 이하 과태료 △견책 등 4가지다. 징계위원회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판사와 검사 등 외부 인사가 6명이다. 이날은 8명의 징계위원이 출석했다.
권 변호사는 2016년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가해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 권 변호사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변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항소심 재판에 3회 연속 불출석해 소송에서 패소했고, 이씨에게 5개월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변협은 직권으로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정직 1년 징계는 권 변호사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구하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변협 조사위원회는 권 변호사에게 정직 6개월 이상의 징계를 건의했다. 변협 관계자는 전날 본보 통화에서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정직 6개월 이상은 중징계에 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해야 한다"며 반발했고, 법조계에서도 국민 감정과 어긋난 징계를 한다면 반발이 거셀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징계위는 이날 심의 현장에 항의방문하러 온 이씨에게 이례적으로 직접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씨는 "변호사는 힘든 사람들의 버팀목이 돼야 하는데 (권경애가) 계속 변호사를 하게 하는 건 잘못 아니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정직 결론이 나오자 "제명이 그렇게 어렵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변호사로서 직무를 제대로 한 적도 없는 권경애가 왜 계속 변호사를 해야 하냐"며 "변협은 우리 주원이를 두 번 죽였고, 저까지 죽인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사가 징계에 불복하면 징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기각하면 행정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