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원 훔친 뒤 "잔돈 안 줘도 된다" 블랙박스에 포착된 택시털이 수법

입력
2023.06.19 14:40
조수석 탑승해 현금·신분증 절도

택시기사들이 '콘솔박스'에 현금을 보관한다는 점을 노려 손님을 위장해 조수석에 탑승한 후 현금을 훔쳐 내리는 절도 영상이 차량 내부 블랙박스에 포착됐다. 절도범은 택시기사에게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잔돈은 됐다"며 선심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아주 능청스럽게 콘솔박스에 손을 넣고 도둑질을…'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소개했다.

차량 내부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남성이 3월 19일 오후 5시 16분 지하철 1호선 부천역 앞에 서 있다 피해 택시를 잡아탔다. 조수석에 탄 남성은 들고 있던 검은색 가방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수납공간인 콘솔박스 위에 올려놓은 후 가방 아래로 손을 한 차례 넣었다 뺐다. 이후 다시 가방을 무릎 위로 올려 무언가를 찾는 듯 가방 안에서 손을 꼼지락거리던 남성은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사이 다시 한번 손을 가방 아래로 넣었다.

이 남성은 탑승 7분 후인 오후 5시 23분 목적지에 내리며 택시비를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안과에서 근무하는데 눈이 충혈되셨다"며 마치 택시기사의 피로를 걱정해 주는 듯 "잔돈은 됐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택시기사는 이 남성이 내리고 한참 뒤에야 콘솔박스에 넣어둔 지갑 속 현금과 신분증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기사는 블랙박스를 여러 차례 돌려본 뒤에야 이 남성의 수상한 행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방으로 가린 후, 지갑에서 돈을 꺼낸 뒤 다시 지갑을 콘솔박스에 넣어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형적인 택시털이 수법이다. 외투로 콘솔박스를 가리거나 "우리 아버지도 택시기사"라는 등 택시기사에 말을 걸어 주의를 흩뜨린 후 콘솔박스 안에 보관해둔 현금을 훔쳐 가는 방식이다. 한 변호사는 "이 남성이 택시를 노려 절도하는 상습범으로 추정된다"며 "콘솔박스에 금품을 보관하면 위험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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