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하나로 뭉치게 한 드문 사건

입력
2023.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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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탐 루앙 동굴 조난사고

2018년 6월 23일,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한 유소년 축구팀의 11~16세 선수 12명과 25세 코치가 동굴에 갇혔다. 연습을 마친 뒤 재미 삼아 동굴 모험에 나섰다가 갑자기 시작된 장마로 순식간에 동굴 일부가 침수된 것이었다. 휴대폰도 먹통이 됐다. 조난 사실은 모험에서 빠진 한 아이의 진술과 동굴 입구 주변에 널린 자전거 등 소지품으로 그날 밤늦게야 확인됐다. 탐 루앙(Tham Luang) 동굴은 미로처럼 얽힌 총연장 10km가량의 석회동굴로, 우기에는 출입을 삼가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태국 해군 해난구조대(Navy Seal)를 주축으로 구조팀이 꾸려졌다. 민간인 다이버들도 가세했다. 하지만 직접 진입하지 않고는 아이들의 위치도, 생존 여부도 알 길이 없었다. 정확한 동굴 구조도 파악된 바 없었다. 그 소식이 외신으로 세계에 알려지자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세계 100여 개 국가가 군과 경찰 전문 인력과 의료 요원, 각종 탐사장비 등을 지원했다.

사고 10일째인 7월 2일 영국 다이버 팀은 입구에서 약 4km 떨어진 터널 고지대에서 조난자들을 확인했다. 모두 생존해 있었지만 허기와 갈증, 산소 부족으로 거의 탈진한 상태였다. 지상에서 조난 지점까지 수직 터널을 뚫는 방안, 양수기로 물을 퍼내는 방안 등이 제기됐지만, 전문 다이버들이 여분의 장비를 가지고 진입해 아이들에게 기초훈련을 시킨 뒤 한 명씩 구조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그사이에도 다이버들은 침수된 약 2.5km 구간을 쉼 없이 오가며 산소통과 식량을 공급했고, 그 과정에서 네이비실 출신 봉사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장맛비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퍼붓고 있었다.

조난자들은 7월 10일, 다국적 다이버들의 릴레이 작업을 통해 전원 구조됐다. 인류는 세계가, 비록 잠시지만, 싸우지 않고 한 팀을 이룰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드물게 확인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