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면허는 되지만 투표는 안 된다?

입력
2023.06.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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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선거권 연령


근대 민주주의는 선거와 함께 시작됐고, 참정권은 인권운동의 가장 격렬한 전선이 됐다. 전선은 성과 인종뿐 아니라 연령 사이에도 그어졌다.

1941년 말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은 채 1년도 안 돼 극심한 병력난과 맞닥뜨렸다. 첫 징집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신체검사와 문맹 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거였다. 연방의회는 1942년 11월, 징집 최소 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췄다. 거기서 저 유명한 구호 “싸울 수 있는 나이라면 투표도 할 수 있다(Old enough to fight, Old enough to vote)”가 탄생했다. 당시 미국 선거권 최소 연령은 만 21세였다. 일부 하원의원이 비록 부결되긴 했지만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1954년 신임 대통령 아이젠하워도 18세 조정안을 지지하며 의회에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으로 이 구호는 격렬하게 되살아났다. 반전운동까지 감당하던 정부와 의회는 마침내 1970년 투표권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그해 6월 22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그 법은 주정부의 선거 관할권 침해 소지가 있었고, 그해 대법원은 주-지방선거에 18세 규정을 적용한 조항을 위헌 판결했다. 연방-주 선거 유권자 명부가 다른 일대 혼란이 시작됐다. 연방의회는 이듬해 3월 만장일치로 모든 선거 연령 하한선을 18세로 낮춘 '수정헌법 26조'를 통과시켰다. 한국은 2019년 말에야 공직선거법을 개정,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췄다.

근년의 전선은, 2007년 이래의 오스트리아처럼 ‘만 16세’에 그어져 있다.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 다수 국가가 법안을 상정한 적이 있거나 관련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예컨대 뉴질랜드의 만 16세 청년은 부모 동의 없이 학교를 중퇴할 수 있고, 성관계도 맺을 수 있고, 총기 면허도 딸 수 있지만 “정치적 선택권을 행사할 만큼 성숙하진 못하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