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에서 구단 이름에 '왕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건 옛 해태 타이거즈가 최초다. 해태 타이거즈가 1983년부터 97년까지 무려 아홉 차례 우승을 이끌면서 '해태 왕조'라는 말이 생겨났다. 해태가 국내 프로야구를 다스린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광주광역시는 '구도(球都)'로 불렸고, 해태의 홈구장이었던 무등경기장 야구장은 그 당시 광주 야구의 성지(聖地)와 다름없었다.
무등경기장 야구장은 광주 팬들에게 야구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군사정권 시절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됐던 호남 사람들은 야구를 통해 응어리진 한을 풀어냈고, 무등경기장 야구장은 그 분출구였다. 5·18민주화운동의 비극을 겪은 광주 시민들이 이곳에서 응원가로 구슬픈 '목포의 눈물'을 목놓아 부른 것은, 그래서 매우 상징적이다. 광주 사람들에게 프로야구와 무등경기장 야구장은 어두운 시대를 헤쳐온 그들의 초상이었던 셈이다.
무등경기장 야구장은 한때 철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바로 옆에 광주-KIA 챔피언스필드가 세워지면서 2013년 10월 4일 경기를 끝으로 더 이상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없게 된 탓이었다. 그러나 해태에 대한 향수가 남달랐던 광주 시민들은 "구도의 자존심을 버릴 수 없다"며 철거 반대를 외쳤다. 광주시도 "무등경기장의 역사성을 보존하겠다"고 약속한 뒤 2020년 4월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일 무등경기장 야구장이 재개장됐다. 국비와 시비 489억 원이 투입된 무등경기장 야구장은 관람석 일부가 철거되면서 아마추어 경기장으로 거듭났다. 야구장 주변엔 조깅 트랙과 체육공원, 산책로, 놀이터 등 각종 쉼터가 들어섰다. 1,037면의 주차장도 갖췄다. 광주시는 이날 무등경기장 야구장 재개장을 기념하는 초등부(7개 학교) 이벤트 경기를 개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무등경기장 야구장이 예전처럼 광주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무등경기장 야구장이 몰고 올 경제적 파급효과에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광주시는 2017년 무등경기장 리모델링에 따른 생산유발효과가 1,026억 원, 부가가치효과 326억 원, 고용유발효과도 462명에 달한다고 전망했던 터다. 과연 그렇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