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이 “한국은 원자력발전 분야의 선도국”이라며 “아세안 국가들의 기후 변화 대응에 한국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 저감과 경제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녹색경제(Green Economy)’ 전략을 추진 중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한국 원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세안은 56년 전 창설된 지역 안보ㆍ경제협력 연합체로 동남아 10개국이 가입돼 있다.
아세안 사무총장은 인구 6억7,000만 명으로 세계 3위, 경제규모(GDP) 3조 달러의 세계 5위 공동체를 이끌며 회원국의 주요 정책목표 달성을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까으 사무총장은 친중 국가로 분류되는 캄보디아 출신이지만, 학업 대부분을 미국에서 마치는 등 미중 패권 경쟁의 각축장으로 부상한 아세안을 중립적 위치에서 이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국일보는 캄보디아 총리실 직속 아세안 담당 특임장관 등을 거친 뒤 올해 1월 5년 임기를 시작한 까으 사무총장을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났다. 그는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국제 무대에서 아세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비결이 무엇이라 보나.
“다양한 나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개방 플랫폼 시대다. '아세안+1' 양자 회담은 물론,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중심의 다자 협의체를 통해 (중국-미국, 한국-북한 등 껄끄러운) 당사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함으로써 대화하고 협력하도록 한다. 아세안은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구심점이다.”
-올해 ARF에는 북한이 참석하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다음 달 열릴 포럼을 준비 중이며, 우리는 항상 북한을 초대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만큼 모든 26개 ARF 참가국이 이번 포럼에 참석해야 한다. 그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북한이 참석하길 기대한다.”
-아세안이 다양한 파트너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한국과 협력을 희망하는 분야를 꼽는다면.
“기후 변화 문제다.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한국은 앞서가는 나라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한국을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아세안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실용적인 부문 외에도 보다 멀리 보면 전기차도 협력할 수 있다. 최근 아세안 정상들은 ‘전기차 생태계’를 선포했다. 전기차 공동생산도 기후변화의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선진국들은 원전을 택하고 있고, 한국도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 성장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아세안 회원국에 원자력 발전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아세안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원전)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좋을 것이다. 또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내년엔 한국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것을 추진 중인데, 스마트시티와 디지털 분야에서도 협력을 기대한다.”
-역내 교역량을 2025년까지 2배로 늘리기 위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8년 전 출범했지만, 10년 전과 같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AEC에 대한 평가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변수에도 아세안은 작년 5%, 올해 4.7%가 예상되는 등 세계 평균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내년에는 5.7%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다. AEC를 통해 아세안 경제는 2030년 일본과 유럽연합(EU)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평화, 자유에 기여하기 위한 한국의 새로운 아세안 정책,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에 대해 평가한다면.
“여러 국가의 아세안 전략 중에서도 한국의 KASI는 아세안에 매우 중요하다. 아세안의 인도태평양관점(AOIP)과 KASI가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KASI가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아세안이 힘쓰고 있는 경제 분야에선 지금이라도 협력이 가능하다고 본다.”
-아세안의 미얀마 사태 중재가 답보하고 있다. 돌파구는.
“사실 너무 복잡한 문제라서 완벽한 해결은 어렵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폭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