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 추세 때문에 고용시장에서 갈수록 귀해지고 있는 20대 청년 중 구직을 보류하고 쉬는 사람이 1년간 더 늘었다. 일할 마음은 있지만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기 수요’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이나 취업 준비 활동을 하지 않고 쉬었다고 대답한 20대(20~29세) 청년의 수는 3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32만1,000명)보다 3만6,000명 증가했다. 어떤 경제활동 상태였냐는 질문에 ‘쉬었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늘어난 연령대는 해당 기간 20대뿐이었다.
청년층 감소세로 미뤄 의외의 현상이다. 지난달 20대 인구는 615만5,000명으로 635만1,000명이던 1년 전과 비교하면 19만6,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20대 취업자 수가 389만6,000명에서 383만3,000명으로 6만3,000명 줄어든 것도 상당 부분 인구 감소 영향이다. 취업자도, 구직 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비경인구) 역시 작년 5월부터 1년간 214만6,000명에서 208만1,000명으로 6만5,000명 적어졌다. 그 와중에 규모가 커진 만큼 비중으로 따지면 쉰 20대의 증가세는 액면보다 더 가파른 셈이다.
준비가 덜 돼서는 아니다. 20대 비경인구 중 자기 활동 상태로 ‘취업 준비(33만1,000명)’나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통학(11만3,000명)’을 고른 이보다 '쉬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더 많다는 점에서다. 20대 비경인구 절대다수(99만7,000명)는 정규교육기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유력한 핵심 배경은 일자리와 눈높이 간 불일치(미스매치)다. 지난달 기준 취업 의사가 있는 20대 비경인구 대상 조사에서 최근 구직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가장 빈도가 높은 답변이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17만3,000명)’였다. ‘이전에 찾아봤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2만3,000명)’ 같은 답변보다 훨씬 많았다.
실제 지난달 청년 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를 보면, 청년 5명 중 3명(64.3%)은 대기업을 선호했다(복수 응답 허용).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복수 응답)으로는 임금과 복지 수준(86.7%)을 꼽는 청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충분하지 못한 요즘 사정도 청년이 취업을 망설이게 만든 요인 중 하나일 공산이 크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 짐작이다.
이런 ‘미스매치’의 결과가 심각한 구인난이다. 작년 3분기 기준 미충원 인원 18만5,000명의 93.7%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는 게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다. 최근 정부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구인난 업종을 6개에서 10개로 확대한 것도 비슷한 배경에서다. 제조업(조선·뿌리)과 물류운송업, 보건복지업, 음식점업, 농업, 해외건설에 국내건설업, 해운업, 수산업, 자원순환업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