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자동 아냐"… 러시아 반발 의식했나

입력
2023.06.18 19:00
17면
'우크라 신속 가입' 논의에 제동... "장벽 완화 없다"
핀란드 1년 만에 합류케 한 '절차 면제'에 선 그어  
"우크라 합류 시, 러와 확전 우려" 재확인 발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토 가입 장벽을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혜'를 제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안보 위협'으로 여기며 강하게 반대해 온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핀란드는 됐는데… "우크라, 가입 기준 충족해야"

17일(현지시간) CNN방송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기준을 더 쉽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회원국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치러지는 대선 첫 유세를 위해 필라델피아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자 "우크라이나가 (시스템 안전, 부패 등과 관련한 나토 가입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토 가입은) 자동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일부 미 언론들이 전한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 15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가 나토 공식 가입 절차(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를 건너뛸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편안하다"고 긍정적 의사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MAP 절차 면제가 공식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의 열망이었던 나토 가입도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실제 MAP를 면제받은 핀란드는 나토 가입 신청 1년 만인 지난 5월 나토 회원국에 합류했다. 반면 2020년 나토에 가입한 북마케도니아는 MAP 절차 통과에만 20년이 걸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MAP 절차 면제 등 향후 가입 일정 확답을 받는 데 큰 기대를 걸어 왔다.


"서방·러시아 간 대치 심화 우려한 탓"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언급으로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정확한 속내는 모르지만, 일단 러시아와의 확전 가능성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재확인한 발언일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인 동유럽 회원국들과 달리,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미온적 입장을 보여 왔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며 "우크라이나를 나토의 '안보 우산' 아래 두는 것은 사실상 러시아와 나토 간 전쟁에 동의하는 걸 의미한다"고 짚었다.

나토 원칙상으로도 현시점에서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건 부담이다.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탓에 공동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줄리언 스미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을 벌이는 동안에는 적절한 초대가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이 문제에 대해선 '양보할 수 없다'는 태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연설에서 나토에 대해 '견제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계속할 경우 "심각한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들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엄포를 놨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