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등의 집회인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경찰과 대구시청 소속 공무원들이 단체로 몸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퀴어축제 차량의 진입을 막으려는 공무원들과 집회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경찰의 입장이 엇갈린 것이다.
17일 오전 9시30분쯤 대구 중구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 인근 중앙로대중교통전용지구. 노란 민방위복을 입고 운집한 공무원들 주변으로 경찰이 포진했다. 이날 예정된 대구퀴어축제의 물품 등을 실은 트럭이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진입하자 공무원들은 방어선을 구축해 트럭 앞을 막아섰고 경찰들은 방패로 공무원을 밀어내면서 트럭의 통로를 텄다.
공무원들이 "막아" "절대로 진입하면 안 돼" 등을 외치면서 버티는 동안 경찰들은 "비키세요" "밀어" 등을 외치며 밀치고 당기는 등 제지에 나서자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 이겨라"를 외치는 주최 측 관계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양 측이 30분 넘도록 3차례나 각축전을 벌인 결과 대중교통전용지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 720m 구간의 교통은 끊겼고 버스정류장 2곳도 폐쇄됐다. 이날 시내버스 14개 노선은 중앙네거리~서성네거리~계산오거리~반월당네거리 구간 1.6㎞거리로 우회했다. 공무원들도 철수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대구시청 소속 공무원 350여 명과 대구 중구청 소속 공무원 150여 명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에 포진했다. 대구경찰청은 퀴어축제에 800여 명, 맞불집회에 1,800여 명이 올 것으로 보고 20개 중대 1,200명 등 경력 1,500명을 투입했다.
퀴어축제 주최 측은 약령시 앞 반월당역 방향 버스정류장 앞부터 반월당역까지 300m에 이르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무대 1개와 부스 40개를 설치했다. 오후 5시에는 '우리는 당당히 퍼레이드'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무대~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 2.5㎞ 구간에 걸쳐 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집회를 열었다.
맞불집회도 열렸다. 대구경북다음세대지키기학부모연합 등 4개 단체 1,200명은 이날 오후 2시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불법도로점용 너무 싫다'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일렬로 서서 "대구 퀴어 행사는 불법 도로 점거"라고 맞섰다.
앞서 지난 달 22일 동성로상점가상인회 등은 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을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7일 대구지법에 집회금지가처분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공공도로를 점거하라고 판결하지 않았다"라며 "공무원의 충돌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뒤 홍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되었으면 합니다"라며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 했을 겁니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퀴어축제는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라 경찰이 보호해야 할 집회"라며 "홍 시장은 더 이상 대구경찰의 명예와 자긍심에 상처 주지 마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