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참호와 지뢰, 드론(무인기) 등으로 겹겹이 쌓은 방어선을 뚫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약점 파악을 위해 사전 공격을 해보는 것일 뿐 '진짜 대반격'은 시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동남부에서 대반격에 나섰다'는 설이 기정사실화한 건 10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반격·방어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이틀 뒤 우크라이나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과 동남부 자포리자 지역에서 7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알렸다. '대반격 성과 발표'로 여겨졌다.
이후로 영토 탈환 소식은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15일 한나 말야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진격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말야르 차관은 전날에도 "지난 24시간 동안 동남쪽으로 수백 미터 진격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진격하지 못하는 건 러시아의 방어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연구원이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이 최전선에 파놓은 참호를 넘으면 지뢰밭이 펼쳐지고 이후 참호가 다시 나타나길 반복한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주요 방어선에서 여전히 15~20㎞ 떨어져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와플링 연구원은 "(핵심 방어선까지 도달하면)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에 의해 추적되고 러시아 포병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선임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의 전략이 효과적이라면 우크라이나는 수만 명의 군을 잃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대반격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동시에 여러 곳을 공격하는 식으로 러시아군의 약점을 시험하고 있다"며 "이는 적군을 파괴하고 심리적 압박을 키운다"고 말했다.
대반격에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전쟁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