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위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지 한 달이 되어가지만 조사 착수는 감감무소식이다. 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부터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맞물려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 동의서 취합이 수월했던 것과 선명히 대비된다. 제도상 미비와 여야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으로, 의원들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까지 권익위에 소속 의원의 코인 관련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곳은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이다. 개별적으로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동의서를 제출했다. 소속 의원 전원의 동의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제출 때 동시에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권익위 조사 권고' 등 내용을 담은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원들의 동의서 제출을 요청했다. 권익위는 2021년 LH 사태 당시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거래내역 관련 동의서를 받아 사실상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연락 두절 등 불가피한 이유로 가족의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한 민주당 의원 2명, 국민의힘 의원 2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의원들이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공직자윤리법상 등록 대상 재산인 부동산과 달리 코인의 경우 참고할 만한 동의서 양식이 마땅치 않다. 권익위는 동의서를 제출한 의원들에게도 양식 작성을 자율에 맡겼다. 부동산 거래내역은 공공기관인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일괄적으로 전달받으면 되지만, 코인은 각기 다른 민간 거래소에서 내역을 제출받아야 하는 만큼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지가 제각각일 수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령 특정금융정보법을 따르는 국내 대형 거래소에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있으면 전자지갑 주소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외 거래소에선 계좌를 써내라 하고 그에 따라 조사하는 방법뿐"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상대적으로 동의서 제출이 더딘 이유로 꼽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회 결의안엔 조사 대상이 모호한데, 그러면 조사를 하나마나"라며 "권익위에 요청해 양식을 만들어 주면 그에 따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에 "양식을 선제적으로 만들 법적 근거가 없어 요청이 들어와야 검토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코인 조사를 둘러싼 여야 간 정치적 유불리도 동의서 제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자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에 쏠린 시선을 돌리려면 국회 전체로 논의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아들의 블록체인 투자사 근무 논란을 언급하며 "타인에게는 의원직 사퇴 촉구까지 하더니 자기 아들 의혹에는 나 몰라라 입을 다무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수조사로 여당에서도 코인 논란이 불거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당분간 김 의원 의혹을 겨냥한 공세에 집중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
조사 주체인 권익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민주당 출신인 전 위원장은 임기가 이달 27일 종료된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할 새 위원장 체제에서 권익위 조사가 시작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