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코인) 사태 등의 수습을 위해 외부 인사를 데려온 터라, 당내에선 향후 활동을 보고 평가하자는 분위기다. 다만 혁신 과제 선정, 혁신위 역할 등에 대한 친이재명·비이재명계 간 입장차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가 첫발을 뗀 만큼, 곳곳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전망이 많다.
김 위원장의 인선을 둘러싼 잡음은 크게 들리지 않는다. 임명 직후 '천안함 자폭' 등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반발을 샀던 이래경 전 위원장 때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도부가 이 전 위원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재산 내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 등에 대한 검증을 꼼꼼히 했고, 김 위원장이 주로 학계나 금융감독원 등에서 활동한 탓에 정치권과 접점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기구가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게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며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다고 '김은경 혁신위'의 순항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혁신위 출범 전부터 당내 혁신위를 둘러싼 계파 간 입장차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 방향 △혁신위 인선 △이 대표와 관계 설정 등에 따라 계파 갈등이 분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친명·비명 간 가장 크게 부딪히는 지점은 혁신 방향이다. 친명계는 돈 봉투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대의원제 폐지 등 당원권 강화를 주장하는 반면, 비명계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비명계 윤건영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여의도 시각이 아닌 국민 시각으로 혁신에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원권 강화는 이 대표 체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강성 팬덤'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혁신위가 다뤄야 할 '뜨거운 감자'다.
혁신위가 오는 8월 취임 1년을 맞는 이 대표 체제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관심사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 체제의) 지난 1년을 평가해 이재명 지도부로 내년 총선까지 가면 이길 수 있는지 토론해야 한다"며 "비대위 체제로 가는 판단도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원 구성도 예민한 사안이다. 쇄신을 논의하기 전인 위원 인선부터 계파 논란이 불거질 경우, 혁신위가 내홍의 또 다른 전장이 될 수 있어서다. 외부 인사로만 구성할지, 원내 인사들을 포함할지, 지도부와 친소관계는 어떠한지에 따라 계파 간 유불리가 갈릴 수밖에 없다.
이 대표와 관계 설정도 난제다. 이 전 위원장의 낙마는 국민 정서와 괴리된 부적절한 발언이 결정적 사유였지만, 그가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해 온 인사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혁신위가 이 대표와 밀착하는 인상을 줄 경우는 비명계가, 이 대표와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면 친명계가 각각 반발할 수 있어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