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거쳐 수도산, 덕유산, 가야산을 옮겨 다녀 이른바 '콜럼버스 곰', '오삼이'로 불렸던 반달가슴곰 KM-53이 숨진 것을 두고 환경단체가 정부에 종합적인 서식지 관리와 보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녹색연합은 15일 성명을 내고 "멸종위기종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한다"며 "정부는 KM-53이 남긴 우리나라 종 복원 사업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5년생인 KM-53은 같은 해 10월 지리산국립공원에 방사된 이후 90㎞ 떨어진 김천의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포획 후 지리산에 방사했지만 또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했고, 이동 중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회복한 KM-53을 결국 수도산에 방사했지만 이후 구미시 금오산, 덕유산 등에서 활동하다가 충북 보은까지 이동하기도 했다.
국립공원공단은 KM-53이 경북 상주시 민간 100m 주변까지 접근하는 등 인명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마취를 시도했고, 마취총에 맞은 KM-53이 이동하다 계곡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녹색연합은 지리산을 벗어나는 반달곰은 KM-53만이 아니며, 이미 지리산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개체 수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을 벗어난 개체와 서식지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개체가 이동하면 뒤따라가며 대책을 마련할 게 아니라 생태축 회복을 통한 종합적인 서식지 관리와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서식지 보호 대책 역시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반달곰 100마리 서식이 코앞"이라며 "반달곰의 안정적인 서식지 확보와 탐방객 안전을 위해 주요 서식지의 탐방로 폐쇄와 예약탐방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KM-53의 죽음은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아닌 멸종위기종 전체의 위기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환경부는 멸종위기종 보호와 서식지 보전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삼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국내 야생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85마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