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통산 1승의 양지호(33)가 11년 만의 ‘재팬 드림’을 이루기 위한 첫발을 기분 좋게 뗐다.
양지호는 15일 일본 지바 이스미 골프클럽(파73·7,625야드)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 원)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2개로 7언더파 66타를 적어내 공동 1위에 올랐다. 오이와 류이치(일본), 주빅 파군산(필리핀) 등 공동 2위 그룹과는 1타 차다.
KPGA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공동 주관하는 한일전 성격의 이 대회는 양지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2008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2012년 더 큰 꿈을 품고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그리고 첫해 2부 투어 노빌컵에서 우승하며 JGTO 시드를 따냈다.
그토록 원했던 정규투어 출전권이었지만 우승과 인연은 없었다. 군 입대 전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4차례 출전해 13번이나 컷 탈락했다. 최고 순위는 2013년 미즈노 오픈의 공동 6위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7년 코리안투어로 복귀한 양지호는 그해와 이듬해 4번씩 일본 대회에 나갔지만 역시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코리안투어에 집중한 양지호는 지난해 5월 말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데뷔 후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쁨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첫 승 후 이번 대회 전까지 단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최고 성적은 지난주 KPGA 선수권대회 공동 18위다.
부진이 길어졌던 양지호는 익숙한 땅에서 반등 기회를 잡았다. JGTO 랭킹 포인트 1위 세미카와 타이가, 지난주 대회 우승자 나카지마 케이타 등 쟁쟁한 일본 상위권 랭커들 사이에서 쾌조의 샷 감각을 과시했다. 전반에만 3타를 줄인 그는 후반 10번 홀부터 14번 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더 줄였고, 막판에 무서운 뒷심도 발휘했다. 17번 홀(파5)에서 이글에 성공한 뒤 마지막 18번 홀(파5)도 버디로 장식했다. 2012년 일본 무대에 첫 도전장을 던진 후 11년 만에 잡은 우승 기회다.
양지호는 경기 후 “오랜만에 일본에서 뛰어 좋았다”며 “일본 1부 투어와 2부 투어에서 코로나19 이전까지 계속 활동했었다. 좋은 성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었다”고 웃었다. 이어 “항상 1, 2라운드까지 상위권에서 출발해도 샷이 따라주지 않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며 “전날 분위기 전환 겸 퍼터를 바꿨는데 짧은 퍼트도 잘 들어가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년째 캐디로 함께 호흡을 맞춘 아내 김유정씨에 대해서는 “아내가 크게 간섭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퍼트 라인도 봐준다. 그런데 틀리는 경우가 많아 먼저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미소 지은 뒤 “그래도 함께하면서 심적으로 편하고, 투어 생활도 재미있게 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