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게 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참여 정도 등에 따라 개인마다 배상액을 달리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있지만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 건의까지 거론하며 반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힘을 실어준 판결이다.
어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피고들은 2010년 파업 당시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장기 점거했다. 현대차는 278시간 공장가동 중단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는데 원심(2심)은 노동자들 책임을 조합과 동일한 50%로 인정하고 20억 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달리봤다. 노동자 개인에게 노조와 함께 배상액 전액을 책임지게 하는 건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이는 야권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의 "법원은 손배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의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여권과 재계는 노조원 책임을 일일이 따지려면 소송 자체가 어려워져 파업이 조장될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에 반대해왔으나 이번 판결로 반대 근거가 약해졌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의 확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크게 3가지가 쟁점이다. 이 가운데 손배 청구는 파업 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나쁜 제도란 비판이 많았다. 대법원이 입법 취지를 인정한만큼 정부·여당은 노란봉투법 논의에 나서고, 야당도 재계 우려에 귀 기울이며 협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