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간 8종 이상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음행사로 가장해 청소년에게 유통된 ‘마약 음료’, 군부대로 대마를 배송시켜 나눠 핀 경기 연천군의 군인들. 최근 들려온 국내의 마약 범죄 소식입니다. 연예계·재벌가는 물론 청소년에게까지 손을 뻗치고 있어 충격을 주었죠.
한국의 마약 사범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검거된 사람만 1만 8,325명. 그런데 올해 1~4월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약 사범이 30%가량 더 증가해 5,587명에 달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4월 검찰·경찰·관세청 등 전담 수사인력들로 범정부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이유입니다. 마약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공표한 것이죠. 최근에는 국방부·해경·국정원 인력도 추가로 합류했습니다.
마약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정부, 과연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h알파가 서울중앙지검의 마약 전담 검사인 김태호 검사를 만나고 왔습니다.
김태호 검사는 강력범죄수사부에서 마약을 전담으로 수사하고, 다크웹 수사팀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마약 전담 검사는 단 3명입니다. 다크웹 수사팀은 마약 사범들이 가장 많이 쓰는 ‘텔레그램’ 앱에서 마약 사범들을 특정해 검거하는 일을 합니다.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는 물론 그 사이에서 마약을 전달하는 ‘드라퍼’, 해외에서 마약을 공급하는 배송책까지, 익명으로 이뤄지는 마약의 연결고리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김 검사는 “밀수, 유통, 매매, 투약까지 마약 범죄는 한 몸으로 쭉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철저한 수사 끝에, 검사는 피고인을 기소합니다. 재판장에 들어서는 검사는 붉은 실크가 둘러진 ‘법복’을 입습니다. 그런데 이 법복, 검사로 처음 임관할 때 받은 옷을 계속 입는 거라는데요. 손빨래를 해서도 안 되고, 수선도 알아서 해야 하고,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새로 구입해야 하는 옷이더라고요. 이 옷을 입고, 죄를 지은 사람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검사들은 밤낮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 검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올해 3월 체포한 ‘주거 밀집 지역에서의 대마 재배 사범’을 꼽았습니다. 서울 중랑구의 아파트 지역에서 대마텐트와 동결건조기 등 시설까지 갖춰놓고 전문적으로 대마를 재배했던 사건입니다. 4명의 피고인들은 모두 마약 관련해선 초범이었는데요. 이들처럼 SNS를 통해 마약을 접하고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하는 초범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마약 사범을 검거하러 갈 때 필요한 건 삼단봉과 수갑입니다. 특히 마약을 투약한 상황이라면 용의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호신용으로도 삼단봉은 꼭 필요하다고 해요. 사무실에서 서류를 볼 때 필수품은 바로 ‘골무’.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사건 기록도 있기 때문에 종이를 빠르게 넘기며 읽기 위해 필요하다고 해요.
수사기관에 검거 돼 온 마약 사범은 소변 검사를 거치게 됩니다. 이때 사용하는 게 바로 간이 시약기인데요. 시약기에 따라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마약 종류가 다양한데, 김태호 검사가 보여준 시약기는 코카인, 필로폰, 대마 등 무려 6가지 마약에 대한 검사가 가능한 유형이었어요. 코로나19 진단 키트처럼 마약 투약 양성과 음성을 판단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이후 수사 대상자의 모발 등을 전문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로 보내 정확한 검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배우 유아인씨의 마약 투약 혐의도 이렇게 밝혀졌죠.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간이검사를 통해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온 후, 국과수의 정밀 감정에서 프로포폴과 대마, 코카인, 케타민의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초범인 마약 투약자에겐 치료와 재활이 우선으로 여겨집니다. 이 시기마저 지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기 때문이죠. 김태호 검사는 인터뷰 내내 당부에 당부를 거쳤습니다. 마약은 호기심에 한번 해 본 뒤에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라고요. 그러니 절대로 시작도 하지 말라고요. 마약 전담 검사에게 듣는 마약 수사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연출·편집 박고은 / 취재 양진하 / 촬영 박고은 최희정 / CG 전세희 / 인턴PD 김지원·김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