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전체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 토성의 달 엔켈라두스(Enceladus)의 바닷물에 인(燐·phosphorus)이 발견됐다. 생명체 기본 구성 요소인 인이 지구 외 천체의 바다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프랑크 포스트베르크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5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엔켈라두스 바다에서 분출되는 얼음 알갱이의 인산염(phosphates) 농도가 지구 바다보다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토성의 달 145개 중 6번째로 큰 엔켈라두스는 표면이 얼음으로 덮인 바다로 돼 있으며, 남극의 틈을 통해 간헐적으로 얼음 알갱이를 분출한다. 과학자들은 이 얼음 알갱이를 관측해 아미노산 등 유기물을 발견했으나 인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 주변을 탐사한 미항공우주국(NASA·나사) 카시니호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엔켈라두스 바다에서 분출된 얼음 알갱이에는 풍부한 인이 함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과학자들은 모델 실험을 통해 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추정했으나, 실제 인의 존재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은 생명체의 필수 물질이다. 인은 염색체를 형성하고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기본 구성 요소이며, 포유류의 뼈와 세포막 등을 구성한다. 해양에 거주하는 플랑크톤에도 존재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서 에너지 운반 역할을 하는 분자는 모두 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태양계 행성 연구에서는 유로파(목성의 달) 타이탄(토성의 달) 명왕성 등 얼음 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는 곳이 다수 확인됐으나, 인 성분까지 확인된 곳은 없었다.
토성을 전공한 김주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동안 인이 발견된 천체(토성)나 생명체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CHONPS(탄소·수소·산소·질소·인 ·황)가 모두 발견된 천체는 있었지만, 지구가 아닌 바다가 있는 천체에서 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바다는 여러 물질이 높은 밀도로 존재하고 있어 생명체 가능성이 대기보다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선임연구원은 "인이 발견됐다고 해서 반드시 생명체가 있다는 것은 아니고, 기타 환경을 고려해야한다"면서 "생명체 유무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엔켈라두스로 가서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켈라두스는 미국 과학한림원이 지난해 발표한 '행성과학 10년 계획' 보고서에서도 향후 인류가 탐사해야 할 주요 대상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