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엑소 멤버 백현, 시우민, 첸이 소속사 계약이 불공정했다며 SM 측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갈등을 겪다가 19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K팝 업계의 불공정 계약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SM의 불공정 계약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01년에는 그룹 H.O.T.가, 2009년에는 그룹 동방신기가 불공정 계약을 주장하는 등 분쟁이 발생, 결국 멤버들이 갈라섰다. 불공정 논란이 사회문제화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계약기간을 최대 7년으로 정한 대중문화예술계 '표준계약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제도적 보호장치가 마련됐는데도 불공정 계약 분쟁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6년 데뷔한 그룹 '이달의 소녀'는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정산문제로 분쟁을 겪었고, 12명 멤버 모두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최초 계약이 어린 연습생과 대형 소속사 간에 맺어지기에 양측의 정보 격차가 분쟁의 주된 원인이다. 장기계약을 맺은 아티스트들이 인기를 얻으면 뒤늦게 부당함을 호소하며 분쟁이 발생한다.
엑소의 백현, 시우민, 첸은 최초 계약뿐만 아니라 재계약까지 문제 삼았다. K팝 아티스트의 수명이 10년 이상으로 부쩍 길어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갈등이 발생한 것.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엑소의 재계약 사례는 연습생 첫 계약 사례와도, 표준계약서조차 없던 과거 사례와도 구분된다”며 “재계약은 최초 계약과는 다르게 수익 분배, 활동 방향 등 더 주의해야 할 요소들이 생기는데, 양측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일부 대형 소속사의 아이돌을 제외하면 ‘마의 7년’을 못 버티고 조기 해체하는 바람에 계약 분쟁이 생기는 아이돌 그룹이 훨씬 많다. 과거보다 아이돌의 숫자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김윤하 평론가는 “한쪽에서 재계약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동안 반대쪽에서는 재계약은커녕 최초 계약 기간마저 사수할 수 없다고 한다”며 “불공정 계약 사례조차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해졌다”고 지적했다.
표준계약서를 준수하는 데도 불공정 계약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약 기간을 7년으로 정한다 해도 해석 기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엑소의 세 멤버가 이번에 공개했던 계약서에 따르면, SM은 아티스트가 데뷔하는 날을 계약 시작 시점으로 잡았다. 반면 세 멤버 측은 “소속사 자의로 기간이 결정돼 불공정하다”며 "전속계약 체결일부터 계약 기간을 따져야 했다"고 맞섰다.
그렇다고 세세한 부분까지 계약 내용을 규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자발적 계약 형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정한 계약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업계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K팝 산업 경영 방식이 주먹구구식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뀌는 등 개선되고 있다"며 "공정한 정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처럼 아티스트들이 계약 내용을 꾸준히 공론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