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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시 세인트루이스 도심이 텅텅 비어있다. 건물들은 흉물로 전락했다. 덤프트럭 같은 캠핑카가 홀로 도로를 누빈다. 운전자는 우주복 같은 차림으로 바깥을 돌아다니며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찾는다. 운전자는 핀치(톰 행크스)라는 공학자. 15년 전 태양광 폭발로 지구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그는 외톨이가 됐다.
핀치는 인류가 사실상 멸종한 시기에도 제법 잘 살아간다. 근무했던 회사를 그럴듯한 거주지로 만들었다. 샤워를 할 수 있고, 음악을 들으며 독서까지 한다. 반려견이 함께하기도 한다. 그는 무슨 일인지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 로봇에게 가장 명심해야 할 목표로 반려견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핀치는 안전한 회사에 머물고 싶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존층 파괴로 생겨난 전기폭풍이 몰려오고 있다는 걸 알고 세인트루이스를 떠나기로 한다. 그의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다. 핀치와 로봇, 반려견의 원치 않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로봇은 사실상 애와 같다. 핀치가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했으나 ‘사회 적응’이 필요하다. 핀치는 로봇에게 제프(동작과 목소리 연기, 케일럽 랜드리 존스)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여러 가지를 가르친다. 호기심 많은 제프는 매사 의욕적이라 의도와 달리 핀치를 곤경에 몰아넣는다.
영화는 로드무비의 전형성을 따른다. 핀치와 제프는 길 위 생활을 하며 가족처럼 가까워진다. 제프는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장한다. 핀치라고 다르지 않다. 그는 제프와 교감하며 자신이 몰랐던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핀치는 제프에게 창조주 같은 절대자의 위상에서 조언자와 같은 위치로 옮겨간다.
알고 보면 핀치는 대재난이 일어나기 전부터 사람들을 멀리해왔다. 그는 ‘신뢰’를 가장 경계한다.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반을 당하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에서다. 그의 가치관은 불행한 가족사와 관련 있다. 핀치는 제프와 생활하면서 상처를 치유하며 인간관계를 달리 보게 된다.
많이 본 듯한 설정과 장면이 이어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핀치가 제프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제프와 대화를 나누며 교감하는 모습은 ‘캐스트 어웨이’(2000)를 연상하게 한다. 무인도에 표류한 한 사내가 배구공과 소통하며 외로움을 떨쳐내는 대목과 닮아서다. 게다가 주연배우가 동일하다. 하지만 핀치가 제프를 만든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핀치와 제프의 관계는 부자관계로 나아간다. 아버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지닌 핀치에게 로봇 아들이 생긴 셈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미래에 직면하게 될 딜레마를 떠올리게 된다. 인간과 로봇(인공지능)의 관계를 우리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