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책봉되자 정적 감금… '미스터 에브리싱'은 개혁가인가 폭군인가

입력
2023.06.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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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빈 살만의 두 얼굴'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왕위 계승자가 된 지 4개월여 후인 2017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왕가와 정·재계 고위 인사 수백 명을 수도 리야드의 호화로운 호텔 리츠칼튼에 가뒀다. 이 사건의 설계자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를 통해 정적을 숙청하고 거액의 헌납금을 챙겼다. 일부에선 육체적 학대와 고문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간 '빈 살만의 두 얼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왕세자가 중동 패권 장악을 발판으로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과정과 그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고루 담은 책이다. 37세의 나이에 추정 재산이 2,700조 원에 달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바로 이 리츠칼튼 사건으로 세계 최고 권력자 중 한 사람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 최대 컨설팅사 매킨지 등의 전략적 조언을 통해 개혁가의 이미지를 서구사회에 각인시켰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태생의 반정부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되는 등 '폭군'이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퓰리처상 후보에도 올랐던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인 두 명의 저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수십 년간 교류한 인물의 인터뷰와 금융 자료, 정부 비밀문서 등을 총동원해 그를 파헤쳤다. 책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대 권력자로서 각국 정상과 만나고 세계적 기업인과 연대하며 세를 과시하는 한편 광폭 행보 속에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본성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소설처럼 흥미로운 전개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 역학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 책이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