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튜브와 빠니보틀 등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이름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의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이에 힘입어 등장한 TV 여행 예능은 유튜브 콘텐츠에 밀리지 않고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는 대표적인 TV 여행 예능이다. 지난 1월 종영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지구 반대편 남미로 떠나 현지의 삶 속에 스며드는 여행의 진한 맛을 담아냈는데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으며 시즌2로 돌아오게 됐다.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수식어를 가진 기안84의 여행기가 큰 웃음을 선사하는 중이다.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시드니에서 벌어지는 부산 사나이들의 워킹홀리데이 버라이어티인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부터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하며 일상을 즐기는 출연진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외에도 KBS2 '배틀트립2' '걸어서 환장 속으로', tvN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편' 등 다양한 여행 예능이 TV 화면을 채우고 있다.
곽튜브와 빠니보틀의 채널 구독자 수는 각각 157만, 175만이다. 많은 네티즌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콘텐츠에 대중적인 재미가 녹아 있고 한 편당 30분이 넘지 않는 영상들은 숏폼, 미드폼이 사랑받는 최근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기까지 한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원할 때 곧바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 여행 콘텐츠들의 매력이다.
유튜브 콘텐츠들이 무섭게 성장하는 가운데 TV 여행 예능은 영향력의 일부를 빼앗겼다.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가 출연하는 예능이 아닌 유튜브 콘텐츠 속 여행기로 대리만족하고 정보를 얻는다. 그럼에도 TV 예능은 생존 자체는 위협받지 않고 있다. 정보의 신뢰성이 유튜브 콘텐츠보다 TV가 더욱 높다고 판단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몇몇 TV 여행 예능은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승세의 기운을 보이는 중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부산촌놈 in 시드니' 8회는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2.7%, 최고 3.3%였는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의 존재감은 조금 더 뚜렷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송된 첫 화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4.8%였다. 이 프로그램은 전작의 3배가 넘는 시청률 상승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TV 여행 예능의 생존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 콘텐츠를 보는 건 아니다. 여행기를 TV를 통해 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TV 여행 예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과거에는 TV가 주로 사람들의 관심사를 독식했다. 요즘은 다른 플랫폼으로 콘텐츠가 확장되니까 과거처럼 엄청난 인기를 끌기 힘들더라도 여행이라는 장르 자체를 사람들이 선호하는 만큼 생존할 수 있을 듯하다"라고 전했다.
물론 TV 여행 예능도 대중의 눈높이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유튜버들의 고정 출연자 발탁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에는 유튜버 덱스와 빠니보틀이, '부산촌놈 in 시드니'에는 곽튜브가 등장한다. 이들이 온라인에서 누리고 있는 인기가 TV 예능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빠니보틀 곽튜브 같은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여행기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만큼 재미에 대한 보증수표 역할까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