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파다하다. 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 방문 후 "길 없는 길을 가겠다"고 밝히며 주목을 끌더니, 13일 서울대로부터 파면 통보를 받으면서 총선 출마 환경이 마련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지지층에선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출마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며 그의 출마 여부가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출마 시엔 2019년 '조국 사태'를 겪으며 중도층 이탈을 감내해야 했던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 최대 관심사다.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조국의 강'에 이어 '조국의 늪'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총선에서 부정적 반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과 거리를 둔다 하더라도 지역구를 어디로 할지, 해당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와 교통정리는 어떻게 할지는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조 전 장관은 10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를 나누고 귀경했다"고 밝혔다.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서점이다. 조 전 장관은 책방에서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사진 등을 올렸다.
그러면서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잊힌 대통령이 되고 싶다"던 문 전 대통령이 여전히 민주당 의원·지지층에서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출마를 굳혔는지를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조 전 장관과 함께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민형배 의원은 YTN에서 "지금은 여러 상황이 복잡하고 판단을 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며 "연말까지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욱 의원도 "본인이 먼저 총선을 고민한다거나, 어떻게 해야 하겠냐 하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조 전 장관과 만나 총선 출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출신 한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성정상 출마를 권유했거나, 혹은 조 전 장관이 출마 의사를 보였더라도 이를 말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출마를 결심한다 해도 민주당 소속으로 나설지는 별개의 문제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공천 신청은 물론이고 입당조차 하지 않는 게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권자들이 독자 출마한 조 전 장관을 민주당과 분리해서 바라볼지는 미지수다. 21대 총선 당시 열린민주당처럼 위성정당과 같은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실패와 관련해 '조국 사태'를 그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조 전 장관이 '명예회복'을 위해 출마한다면, 민주당에선 총선 승리의 필수요건인 '중도층 회복'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정권 심판' 프레임을 흐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여권에서 조 전 장관의 출마를 내심 반기는 이유다.
출마 지역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거주지인 '서울 관악갑'과 고향인 '부산'이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관악구로 이사를 하면서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몸을 푼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부산은 야당 입장에선 '험지'이면서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실제 조 전 장관은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부산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다.
독자 출마 시엔 해당 지역구 민주당 의원으로선 야권의 표가 분산되는 만큼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당내 교통정리 과정에서 또 다른 분란이 발생할 수 있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 전 장관이 수도권에 출마하는 경우, 선거판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수도권 출신의 초선의원은 "수도권 선거는 5% 수준에서 당락이 갈릴 수 있는만큼 출마 자체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