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국적 대학원생 A(30)씨는 2020년 8월 서울 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을 폭행(공무집행방해)한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았다. 만취한 채 음식값을 내지 않았고, 체포된 뒤에는 경찰서에서 흡연을 제지하는 경찰관 다리를 걷어차고 팔을 깨물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법무부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은 같은 해 9월 법원 판결에 따라 A씨에게 출국을 명령했다. A씨는 "한순간의 실수였다"며 "출국하면 한국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없고 취업 기회도 상실돼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당시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1심은 법무부 손을 들어줬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공무집행방해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외국인 출입국 여부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불이익보다는 국가 안전이라는 공익적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행정6-1부(부장 황의동)는 최근 1심과 달리 "A씨에 대한 출국 명령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국가는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인을 추방할 권리가 있지만 A씨를 국경 바깥으로 쫓아내야 할 만큼 위험한 인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①술이 깬 뒤 성실히 경찰 조사를 받았고 ②음식점 주인과 경찰관들에게 사과했으며 ③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던 점도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가 형사재판 당시 변호인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국선변호인 등 법률전문가 도움을 받았다면 양형 판단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판결 결과만으로 출국 명령을 했을 뿐 범행 후의 정황을 종합 평가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며 "그에 반해 A씨는 석사 학위와 막대한 유학 비용까지 상실하게 되는 등 가혹한 불이익을 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외국인 출입국 정책 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이 입국하고 있고, 다문화사회의 정립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한 상황에서 출입국 관리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출입국 관리 행정의 공익적 가치에 국가 안전 보장뿐 아니라 외국인 인권과 사회통합 가치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법무부의 기계적인 출입국 행정에 경종을 울린다고 평가한다. 외국인 추방 관련 소송을 깊게 연구했던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외국인을 국내총생산을 올릴 수 있는 도구의 측면으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출입국 행정에도 깔려 있다"며 "외국인을 내국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해 주지 않으면 법무부 입장에서도 사회 갈등이 커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인권을 대하는 법원 또한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인권 전문가인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법원이 그동안 외국인 출입국 행정 관련 판결에서 법리적으로 치밀하게 따지지 않고 주권에 대한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 왔는데, 이는 굉장히 국가주의적인 접근이며 법률적으로도 게으른 행태"라며 "변호사 선임과 재판 과정에서 외국인이 내국인처럼 절차적 보장을 받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