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용 녹는 실로 알려진 '생분해성 봉합사 원사'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삼양홀딩스가 헝가리 생산 기지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헝가리에 의료기기 제조공장을 세운 건 처음이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이 13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괴될뢰 산업단지에서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3만6,000㎡ 부지에 약 280억 원을 투자해 지은 이 공장은 6,700㎡ 규모로 2025년 모든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같은 해부터 연간 최대 10만㎞의 봉합사 원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측은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를 늘려 20만㎞까지 생산 능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피터 스타로이 헝가리 외교통상부 차관, 게르게이 커부츠키 투자청 부청장, 괴메쉬 죄르그 괴될레 시장과 홍규덕 주헝가리한국대사, 김용덕 코트라 부다페스트 무역관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영준 대표이사(바이오팜그룹장) 등이 참석했다.
생분해성 봉합사는 바이오팜그룹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하는 효자 제품이다. 해마다 45개국 190여 기업에 약 5,000만 달러 규모의 원사를 공급하고 있다. 매출 90% 이상을 해외 수출에서 얻는데 특히 수출 물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럽은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그동안 회사가 판매한 봉합사 길이만 250만㎞다. 이는 지구와 달을 세 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1996년 국내 최초로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사업을 시작한 회사는 이후 매년 10%씩 성장했다.
헝가리를 택한 것은 ①유럽 7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②스페인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튀르키예 등 주요 수출국과 가까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물류비를 아낄 수 있어서다. 또 ③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관세동맹을 맺고 있어 유럽에서 무관세로 제품을 팔 수 있다.
김 회장은 "헝가리 공장을 교두보로 유럽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수술용 바이오 소재와 미용성형 등 다양한 제품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피터 차관은 축사를 통해 "헝가리 정부는 삼양그룹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이 활발히 투자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