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이나 조국 징계 미루던 서울대, 최고 수위 '파면' 결정 왜?

입력
2023.06.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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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檢 기소 3년 5개월 만에 징계 확정
"혐의 입증" 이유 직위해제 하고도 연기
조국 1심 유죄 판결로 징계위 조건 충족
재취업 금지 등 曺 타격 만만치 않을 듯

자녀 입시비리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원 직장인 서울대 교수직에서도 ‘파면’됐다. 검찰이 입시비리 혐의로 2019년 말 조 전 장관을 기소한 점을 감안하면 학교 측 징계까지 3년 반이나 걸린 셈이다. 보수층의 강한 비판에도 학교 측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인데, 1심이긴 하지만 그가 실형 판결을 받은 데다 대학교수가 입시 관련 잡음을 일으킨 사안의 엄중함 등이 최고 수위 징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 1심 실형... '파면' 결정적 근거된 듯

조 전 장관 이슈는 지난 3년 내내 서울대 안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그는 2019년 12월 자녀 입시비리 등 11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듬해 1월에는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 등)로 추가 기소됐다. 그러자 학교는 조 전 장관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직에서 직위해제했다. 일찌감치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징계 절차는 계속 연기했다. ‘교원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교원으로서 품위 손상 행위를 한 경우’ 총장이 교원징계위원회(징계위)에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었다.

서울대 측은 혐의 입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공소 사실은 검찰의 주장에 불과한 만큼, 법원 판결이라는 법적 근거가 구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이 교수직을 유지하며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징계에 미온적인 학교를 비난하는 여론은 더욱 강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결국 교육부가 칼을 빼 들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징계를 미룬 오세정 전 총장의 징계를 서울대 학교법인에 요구하며 압박했다. 새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했으나, 학교 이사회는 그해 말 오 전 총장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징계 논의는 공교롭게도 유홍림 신임 총장이 올해 2월 임기를 시작한 직후 같은 달 3일 법원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징역형 판결이 나와 징계위를 개최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실제 징계위는 △조 전 장관 딸의 장학금 수수 △사모펀드 운용현황보고서 증거위조 교사 △PC 하드디스크 증거은닉 교사 등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혐의 다수를 회부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유죄 안 뒤집힐 것"... 曺 "소송까지 간다"

서울대 측은 파면 결정 배경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징계위는 총장이 임명ㆍ위촉하는 9~11명 위원(부총장 포함)으로 구성된다.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이들이 징계 수위를 어디까지 상정했는지 등 내부 논의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파면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전언이 많다. 학교 규정부터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징계 대상자를 사립학교법에 따라 ‘당연퇴직’시키게 돼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나 징계위가 (유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파면 결정에 따라 상당한 유ㆍ무형의 타격을 입게 됐다. 파면이 확정되면 5년간 공무원ㆍ교원 임용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다른 대학에 재취업할 수도 없다.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 역시 감액되는데, 그가 5년 이상 재직한 만큼 공무원연금법에 근거해 반만 수령하게 된다. 여기에 20년 넘게 서울대 교수로 일한 교육자로서의 자존심을 부정당하게 되는 점도 그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치욕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은 파면 결정 후 낸 입장문에서 “교수의 기본적 권리와 전직 고위 공직자의 명예회복”을 불복 사유로 밝혔다.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받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