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 개봉한 한국영화 관객 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대형 영화관과 배급사들이 매출 감소에 따른 영향력 약화를 상쇄할 목적으로 박스오피스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ㆍ공공범죄수사대는 13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와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을 압수수색해 입장권 발권 기록과 통합전산망(KOBIS)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과 2022년, 박스오피스 순위를 올릴 목적으로 관객 수를 부풀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영진위는 멀티플렉스 등 영화사업자가 KOBIS에 전송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영화별 관객 수와 매출액 등 박스오피스를 관리한다. 경찰은 감염 우려와 거리두기 강화로 영화관 매출이 급감하자, 홍보 효과를 높이려 영화관ㆍ배급사들이 박스오피스를 조작했다고 의심한다.
영화관과 배급사가 짜고 관객 수를 조작한다는 의혹은 영화계에서 심심찮게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그해 8월 상영된 영화 ‘비상선언’을 조작 사례로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심야에 해당 영화가 이례적으로 대거 매진되면서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배급사 측은 “심야 테스트 발권 물량”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 3만 건이 영진위 KOBIS 관객 수 통계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취소분이 반영됐다.
또 2021년 5월 28~30일 CGV에선 새벽 시간대에 ‘비와 당신의 이야기’ 약 10개 상영회차가 관객 없이 매진되는 ‘유령 상영’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박스오피스 24위였던 이 영화는 4위까지 순위가 치솟았다. 이 밖에 배우 정우와 김갑수가 주연한 범죄 영화, 최민식과 한석규가 호흡을 맞춘 사극 영화 등이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계 관계자는 “박스오피스 순위가 관객들의 영화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커 영화관과 배급사들이 암암리에 쓰던 홍보 전략인데, 결국 수사 기관에 덜미를 잡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