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한국과 일본 국민들은 완전히 상반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80% 이상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일본에선 60%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 공동 여론조사에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희석 후 바다로 방출하기로 한 일본 정부 결정에 찬성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한일 양국 국민들의 응답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인의 83.8%는 “반대한다”고 답했고, “찬성한다”는 11.9%에 그쳤다. 일본에선 그러나 “찬성한다”가 60%에 달했고, “반대한다”는 30%에 머물렀다.
한국의 경우, 30~39세의 반대(94.4%)가 가장 거셌다. 모든 세대 응답자 중 반감이 가장 덜했던 60세 이상에서도 73.3%가 반대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10%포인트 이내로 크지 않았다. 모든 세대와 성별에서 절반 이상이 방류에 찬성했던 일본과는 대조적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념별로 보면, 한국인은 △진보 94.1% △중도 88.2%△보수 66.0% 순으로 오염수 방출 반대 의견을 보였다. 진보적 성향에서 반대 목소리가 가장 컸던 셈인데,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보수층인 자민당 지지 응답자들은 69%가 찬성하고 25%만 반대한 반면, 진보 성향인 입헌민주당 지지자들은 반대(54%)가 찬성(41%)보다 더 많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비춰 향후 한일 관계 향방의 최대 변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여론조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한국인의 ‘긍정적 인식’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17.6%→43.5%)은 사실이지만, 이 사안에선 강한 거부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12일 개시한 오염수 방류 설비의 시운전을 2주간 시행한 뒤,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판단이 나오면 실제 방류를 시작할 방침이어서 한국의 반발 여론이 더욱 확산할 수도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3, 24일 한국 정부 시찰단의 후쿠시마 제1원전 방문 직후 시행됐고, 아직 안전성 등에 대한 시찰단의 분석 결과도 발표되지 않아 이와 관련한 여론의 반응은 반영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