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100년 준비, 차세대 성장동력 인재 양성하는 대학들

입력
2023.06.16 10:00
2016년 다보스포럼 화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복합 인재'
지자체·산업체·대학연합체 등 협업 강화… 융합전공 전성시대

"인류의 역사에서 이보다 더 큰 가능성이나 잠재적 위험을 지닌 세대는 없었습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설립자는 지난 2016년 1월 다보스포럼 연례 회의를 위해 발간한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포럼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과학기술 분야를 주요 의제로 채택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가상현실,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기술들은, 서로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며 디지털 혁명을 이뤄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인재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지식을 고도화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르다. AI가 탑재된 로봇,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해 융복합 인재 육성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또 챗GPT 등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지식을 갖춘 인재보다 문제해결 능력을 지닌 인재를 길러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AI가 그럴싸하게 포장한 거짓말을 검증할 수 있는 판단력과 꼼꼼함도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화두로 제시된 지 7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한국의 대학들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고 있다. 사회와 유리된 상아탑에서 벗어나 지자체·산업계와 협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으며, 학과별 칸막이를 없애고 융합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할 앞으로의 100년에 대비해, 한국을 넘어 세계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학들의 노력을 조명해 본다.

먼저 한양대 ERICA캠퍼스는 지자체·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지능형 로봇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을 통해 '지능형로봇 혁신융합대학'에 선정된 한양대 ERICA캠퍼스는 지난해 12월 경기 안산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과 협력해 '안산 AI로봇산업혁신센터'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지멘스 등 로봇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력해 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숭실대는 기업 및 타대학과 연계한 사례다. 올해 LG유플러스와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정보보호학과'를 신설했고, 2021년부터 서울대·포항공대 등 6개 대학과 연합체를 구성해 차세대반도체 분야 융복합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융합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대학들도 눈에 띈다. 경희대는 2017년부터 소프트웨어(SW) 융합대학을 신설, AI·SW 융합 인재 양성에 나섰다. 올해 SW중심대학 2단계 사업에 선정된 경희대는 '국내 최대 AI·SW 교육 혁신 모델 확산'을 비전으로 삼았다. 동국대는 학사제도 개편을 통해 학과와 전공의 장벽을 허무는 '융합전공제'를 도입했다. 올해 AI·SW융합학부를 광역화해 컴퓨터공학, AI, 데이터사이언스 등 5개 전공을 통합 선발했다. 광운대는 AI 기반의 반도체 및 로봇 분야 융합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시스템공학부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소자·공정·장비·설계의 통합 기술 체계를 포괄하는 'T-자형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육대는 2021년 개교 115주년을 맞아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선포하고, '휴먼-ICT(정보통신기술)융합', '바이오-에코 융합'을 양대 특성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과 환경을 중심으로 한 신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빅데이터클라우드공학과와 AI융합학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등 실감미디어 전문 인재 양성에 방점을 찍은 대학들도 있다. 명지대는 지난해 9월 '메타버스 디자이너 스쿨' 교육생을 모집해 다양한 제반 기술교육을 진행했다. 명지대는 이를 통해 교육 콘텐츠뿐만 아니라 아바타를 이용한 비대면 상담, 동아리 체험, 취업 면접 대비 훈련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세종대는 초실감확장현실(XR)연구센터에서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육성하고, XR 핵심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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