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일본 공동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의미한 부분은 한일 청년층이 양국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 정부가 특히 중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 중도층이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결과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개선되고 있는 한일 관계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의 지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18~29세 청년층은 한일 관계 인식, 일본에 대한 신뢰도 및 친밀도 항목에서 모두 가장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양국 관계가 좋다'(48.7%)는 이들의 응답은 같은 질문에 대한 40대의 반응(28.4%)보다 상당히 우호적이다. 신뢰도(34.1%)와 친밀도(41.5%) 역시 40대(14.9%·신뢰도), 50대(16.1%·친밀도)보다 높다.
청년층의 긍정적 답변은 기성세대에 비해 '피해자 콤플렉스'가 없고, 감성으로 양국 관계를 접근하기에 가능했던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다른 세대보다 높은 일본 청년층의 응답 결과도 비슷한 이유로 형성됐다. 현 시대의 한국 청년층은 문화적 접근에 기반해 일본을 소비하고 있으며, 일본 청년층 역시 한류의 확대 영향력 속에서 한국을 '발전한 국가'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 중도층의 변화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 정부의 해결책으로 강제동원 문제가 최종 해결이 될지에 대해선 이들 중 13.6%만이 수긍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한 한일 관계 회복 추진에 대해선 41.4%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역사와 외교를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44.8%가 우호적인 평가를 내놨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책 자체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가 크지만, 미래지향적 외교 방향에 대해선 이전보다 공감대가 좀 더 형성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 내 신뢰도(37.7%)는 현재 그의 국내 지지율(35%·한국갤럽 지난달 30일~이달 1일 조사)과 비슷하다. 그러나 청년·중도층에서 미래지향적 대일 외교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경향이 나타난 만큼, 앞으로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문제를 국제사회와 협력해 잘 관리하고 양국 불신을 점차적으로 줄여 나간다면 대일본 외교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