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징역 20년으로 높아졌지만... 피해자 울먹여

입력
2023.06.12 17:00
9면
검찰, 공소장 변경 강간살인미수 혐의 적용
피 흘리는 피해자 상대로 성폭력 범죄까지 
법원 "범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 불가피"
피해자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울먹여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폭행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부산 돌려차기’ 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1심에서 선고한 징역 12년보다 형량이 8년 늘어났다.

부산고법 형사 2-1부(부장 최환)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로 미수에 그쳤다고 해서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성폭력범죄의 수단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은 채 쫓아가 강간할 목적으로 잔인한 방법으로 실신시켰다”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량의 피를 흘리며 위중한 상태에 처한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 범죄까지 나아갔다”고 질타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혼자 귀가하던 20대 여성 피해자 B씨를 몰래 뒤쫓아가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B씨의 뒷머리 부분을 발로 돌려차는 방법으로 가격해 쓰러뜨린 뒤 무차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B씨의 머리를 발로 수차례 강하게 밟은 뒤 자신의 어깨에 B씨를 메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건물 1층 복도 구석으로 이동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자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B씨가 입었던 청바지와 몸 곳곳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성폭행 증거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혐의가 강간살인미수로 변경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A씨는 머리에 많은 피를 흘리고 의식이 없는 상태의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건물 입주자들의 인기척을 느낀 뒤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을 욕하는 환청을 들었다거나 피해자가 여성인 줄 몰랐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함께 불리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했다”며 “수감 후에도 보복 의지를 드러내고, 사건 관계자들에게 강한 적의를 표출하는 등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강력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탄원하고 있는 데다, 피고인에게 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면서 “범죄에 합당한 응보와 책임 정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정에 앉아 있던 피해자 B씨는 선고 직후 “예견된 결과”라고 울먹이면서 “저렇게 대놓고 보복하겠다는 사람(가해자)으로부터 (피해자를) 안 지켜주면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만든 건지…”라고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