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법인에 모아 뒀던 59억 달러를 국내로 들여온다. 이는 최근 2개월 평균환율(1,324원)로 환산했을 때 약 7조8,000억 원 규모로 현대차그룹은 이 돈을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 등에 쓸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정부의 이중과세 개편 효과로 보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주요 계열사 해외법인들이 본사에 배당하는 59억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액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억 달러와 6억 달러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13억 달러로 늘었으며 올해 또다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보통 기업이 생산 시설을 해외에 짓는 등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리쇼어링이라고 하는데, 현대차그룹은 해외 법인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와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리쇼어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리쇼어링 추진에는 ①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한 이중과세 개편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있는 돈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방법은 배당뿐이었는데 이 경우 자회사가 있는 현지 국가에 한번, 한국에서 또 한번 법인세를 내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부터 국내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소득의 95%를 비과세(익금불산입)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그동안 손해로만 여겨졌던 국내 송금 선택지의 매력이 높아진 셈이다.
여기에 ②고환율과 ③설비 투자가 시급한 현실이 맞물린 점도 현대차그룹이 자본 리쇼어링을 택한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으로 달러를 우리 돈으로 환산했을 때 상대적 효용가치가 높아진 데다 이 돈을 국내 전기차 공장 신설 등에 사용할 적기라는 얘기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이 배당금을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과 △기아 화성공장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기아 광명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으로 탈바꿈하는 데 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와 업계는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반긴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에서 봤을 때는 같은 돈일지 몰라도 국내로 들여와 투자한다는 건 정부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둬들이는 세금이 줄어들 거라는 예상도 있지만 해외에 돈이 묶여 있으면 아무런 효과도 없는 셈"이라며 "금리 인상 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