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의원총회에서 국회 상임위원장 인선 기준을 마련했다. 당 지도부로서 행정안전위원장직 고수를 주장하며 원내 지도부와 갈등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선당후사하겠다"며 승복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12일 의총에서 2시간 30분가량 논의 끝에 상임위원장 선출에 대한 자체 기준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현직 지도부(당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장관 이상 고위정무직 역임 △원내대표 출신인 경우에는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자당 몫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 했지만, 다수 의원들로부터 "지도부 또는 장관 출신이 상임위원장을 맡으면 기득권 유지로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결정을 미뤘다. 장관 및 지도부 출신 일부 인사들은 이 같은 주장에 따라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았으나, 정 최고위원이 행안위원장직 겸직을 주장하면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탓이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기존의 국회 관례를 이어온 것으로, 취지는 두 개의 큰 권한을 동시에 맡으면 하나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산과 균형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행안위원장직 겸임이 좌절된 정 최고위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오늘 상임위원장직 유권자인 국회의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다시 상임위원장을 맡을 일은 없을 것이다. 선당후사하겠다"면서도 "다만 성원해주신 당원들께는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그간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행안위원장 임명을 요구하는 당원 청원을 독려하면서 현직 지도부의 겸직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민주당은 이번에 마련한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을 선임해 14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단 선출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그간 관례적으로 3선 이상 의원들이 맡아온 상임위원장직을 맡아왔지만, 이번 기준에 따라 재선 이하로 하향 조정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의총에서는 혁신위 관련 불만이 제기되면서 이재명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수 의원들로부터 혁신위의 역할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비이재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혁신 방향으로 현역의원의 기득권 혁파 이야기를 친이재명계가 자꾸 한다"며 "혁신위가 뭘 하는 기구인지 합의하지 않고 론칭했다가 더 큰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로 따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 1년에 대한 평가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에 "전반적으로 당에 쇄신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를 진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 여러 고려할 사항이 많았던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한 의견도 나왔다. 두 의원과 같은 인천이 지역구인 김교흥 의원과 검사 출신 김회재 의원이 "검찰의 무리한 기획수사"라는 취지로 부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