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해체 시대에 돌아본 가족

입력
202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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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스(R. Coase) 교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문제 제기로 유명했는데, 그중 하나가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왜 존재하냐는 질문이었다. 엉뚱한 질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상당한 경제학적 내공이 필요하다.

경제학은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중앙에서 계획하고 지시하는 사람이 없어도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거래를 통해서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코스의 질문은 시장이 그렇게 효율적이라면 왜 기업이라는 '조직'이 필요한가를 묻는 것이다. 기업은 시장과 달리 조직 내 위계질서와 지시에 의해서 작동하는데, 시장이 발달한 경제에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 대신에 모두가 1인 사업자로 참여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코스가 스스로 제시한 답은, 시장거래나 기업조직이나 완벽할 수는 없고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두 방식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효율적이라는 시장거래도 정보획득, 가격협상, 계약체결 등의 과정에서 상당한 거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조직이 나름의 경쟁력을 갖는다. 너무 당연한 해답 같지만 아무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코스의 이런 접근법을 가족이라는 문제에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가족은 왜 존재하나?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 된 오늘날 가족의 존재도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고 설명이 필요한 문제가 되었다. 인간은 외부의 위협과 양육, 질병, 노환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 반드시 서로 의지할 공동체가 필요하다. 과거에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였을 시기에는 이런 역할을 가족이 도맡았고 그래서 가족의 범위가 확대된 대가족 제도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국가가 발전하면서 국방과 치안이 안정되고 사회가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하여 건강과 노후까지 책임짐에 따라 가족의 중요성은 점차 퇴색되어 왔고 그와 함께 가족의 범위도 축소되어 왔다. 사회가 더욱 고도화되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동체가 등장하면서 급기야 가족이라는 제도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연 가족이라는 제도는 그 수명을 다한 것일까? 가족이 주는 편익은 국가와 사회가 대신해 줄 수 있고 가족의 부담과 비용만 남은 상황이라면 가족은 소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소멸하면 가족을 대신해 줄 사회 자체가 소멸하게 된다. 사회의 입장에서 가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래서 사회가 가족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가족을 보완하고 지원하여 그 존재 이유를 지켜주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서구 선진사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족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를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국가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인지 아니면 가족 유지비용이 너무 높거나 남녀 간에 부담이 편중된 것인지,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양육과 교육이 가족 유지의 가장 큰 비용이라면 사회가 그 비용을 분담해야 하고, 입시제도도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가족 간의 증여나 상속에 대한 과세도 공제한도를 높여 대다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부모 부양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 가족을 개인적 행복추구에 대한 걸림돌로만 생각하고 그 자체의 고유가치를 잊고 있는 게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도 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