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갈등이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설화를 계기로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 정부가 싱 대사를 초치한 다음 날 정재호 주중 대사를 불러 항의한 사실을 그제 공개했고, 싱 대사 발언을 '정상적 외교활동'이라 두둔했다. 그러자 국내에선 싱 대사 추방 주장이 여당에서 나온 데 이어, 싱 대사 부부가 울릉도 최고급 시설에서 무료 숙박했다는 접대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두 나라는 불과 두 달 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두고 상대국 대사를 각각 초치했다. 지난달엔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 관영매체의 일방적 한국 비판 보도에 항의 서한을 보내자 그 매체가 맞불성 사설을 싣는 일도 있었다. 양국 이견을 조율할 외교 채널이 원활치 않다 보니 사안마다 극한 대립이 표면화하는 형국이다. 한중 정상이 지난해 11월 회담에서 고위급 대화 정례화에 합의했음에도 후속 작업은 거의 진척이 없다.
갈등 심화 조짐도 보인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한중일 정상회담 준비차 지난달 초로 잡혔던 실무협의 일정이 중국 측의 취소 통보로 무기한 연기되는가 하면, 한국 정부기관이 관여하는 한중 공동 학술행사가 중국 당국의 비자 발급 지연으로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식 행태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차기 외교 일정도 내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이라 중국의 견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갈등의 상시화'는 한중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 도발, 미중 경쟁 등 지정학적 환경과 양국의 정치·경제 여건 변화로 이전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긴 어렵지만, 한중은 여전히 핵심 교역국이고 인접 국가로서 협력할 영역이 많다. 불필요한 마찰 없이 다양한 현안을 터놓고 협의할 대화채널 복원이 시급하다. 중국은 이번 갈등이 자국 외교관의 무례한 언사에서 비롯했음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정부 또한 중국과의 경쟁·협력 병행으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외교 흐름에 동떨어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