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희망 싹틔운 ‘지리산 일출’

입력
2023.06.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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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경상남도, 전라남·북도에 걸쳐 우뚝 서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을 비롯해 1,4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가 14개나 있다. 이들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일생에 한 번쯤 꼭 봐야 할 장관이다. 하지만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존을 위해 엄격하게 출입 인원과 시간이 제한돼 있다.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노고단 탐방로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새벽 5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 해의 반을 보내며 복잡한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희망을 품기 위해 지리산 일출을 보러 길을 나섰다. 지리산 봉우리 중 그래도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건 노고단 정상이다. 성삼재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해 2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노고단은 지리산 봉우리 중 가장 높은 천왕봉에 비하면 조금 낮지만, 일출 풍경은 뒤지지 않는다.

깊은 밤 일찍 서둘러 올라 도착한 노고단 정상은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세찬 바람 속에 일출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산 능선 너머로 한 줄기 빛과 함께 찬란한 여명이 시작됐다. 주변이 서서히 환해지고 태양이 붉게 타오르자, 하늘과 산은 칠흑에서 붉음으로, 그리고 다시 푸름으로 변해갔다. 빛이 사방으로 뻗어나가자, 대지의 숭고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빛은 모든 번뇌와 잡념을 일순 사라지게 했고, 가슴 벅찬 새로운 희망을 건넸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