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기독교 신천지"...대구는 지금 전방위 '종교 갈등'

입력
2023.06.12 17:30
퀴어축제, 17일 행사 앞두고 기독교단체 집중 견제
이슬람사원, 극우성향 전광훈 목사 측 반대 가세
신천지 1000억 소송, "애당초 무리" 책임론 고개

대구에서 종교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소수자 행사인 퀴어축제와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종교계 일부가 반발하면서 마찰이 커지고 있고, 신천지 대구교회 1,000억 원 민사소송도 애당초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는 17일 대구 도심에서 열릴 예정인 퀴어문화축제는 기독교단체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퀴어축제 반대대책본부와 동성로 일부 상인들은 지난 7일 대구지법에 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동성로상인회는 지난달 22일 축제 관계자 6명을 국유재산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대구 중부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회신고와 달리 버스노선 조정은 대구시의 업무인데, 버스노선을 우회할만큼 공공성 있는 집회로 보기 어렵다"며 퀴어축제 때 아예 참가자들이 도로점용을 할 수 없도록 버스노선을 조정하지 않을 방침을 피력했다.

홍 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지지한다"며 "성소수자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 권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며,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퀴어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9년 처음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15회를 맞는다. 지난해 10월1일 14회 축제 때도 반대단체가 맞불집회를 해 동성로 일대가 동성애 찬반 각축장이 됐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에는 극우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측 인사들이 가세했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SNS를 통해 "터무니없이 이슬람포비아(공포)를 만드는 특정 사이비 기독교세력들은 대구서 추방돼야 한다"며 전 목사 측을 겨냥했다.

홍 시장은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이슬람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연락왔다. 그게 원수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관용과 포용정신"이라며 "이슬람만 안된다는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일 뿐만 아니라 기독교 정신에도 반하는 사이비 기독교인들이나 할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은 지난달 27일에도 SNS를 통해 "이슬람도 하나의 종교일 뿐, 서로 증오하지 않고 포용하며 각자의 종교만 믿으면 된다"며 북구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우려했다.

전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측은 지난 9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슬람사원 건립문제에 대해 '대구시장 자격없다'는 팻말을 흔들며 홍 시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퀴어축제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근처에 건립 중인 이슬람사원은 2021년 2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공사가 중단됐으나 건축주가 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지난해 8월 공사가 재개됐다. 이곳은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고 있는 데다 주민들이 공사장 인근에 무슬림이 혐오하는 돼지머리를 놔두고 삼겹살 파티까지 벌이면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 1,000억 원 민사소송에서도 대구시가 승소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내부적으로는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는 신천지를 상대로 2억100만 원의 소송을 제기하는데 그쳐 패소에 대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대구시는 인지대만 3억 원이 넘는데다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해야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신천지 신자들에게만 치료비를 별도로 받겠다고 한 소송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이 소송의 다음 변론기일은 다음달 13일이다.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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