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총선에서 신생 정당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 유럽'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이자, 현재 몬테네그로에 구금돼 있는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밀로코 스파이치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정당이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금 유럽'은 이날 실시된 총선의 일부 실제 개표 결과를 토대로 집계된 표본 조사에서 2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2위엔 사회주의자민주당연합(DPS), 3위에는 친세르비아·러시아 성향의 '몬테네그로 미래를 위한 보수 동맹'이 각각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몬테네그로 인구는 62만여 명이며, 이번 총선 투표율은 56.4%를 기록했다. 총 81개 의석을 놓고 15개 정당이 경쟁했다.
현지에선 과반 의석 확보 실패가 유력한 만큼, '지금 유럽'이 제1당에 오르더라도 단독 정부 구성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DPS 등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 논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몬테네그로 선거관리위원회는 수일 내에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창당한 '지금 유럽'은 올해 4월 대선에서 자코브 밀라토비치 현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몬테네그로 정치의 중심에 선 정당이다. 하지만 총선 사흘 전이었던 지난 8일, "스파이치 대표가 2018년 이후 권도형 대표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형 스캔들에 휩싸였다.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 권 대표의 '조력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스파이치 대표는 이와 관련, "2018년 초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맞지만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장관은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인터폴 적색 수배 상태였던) 권도형을 만났다는 정보가 있다"고 반박했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하며 해외 도피에 들어갔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세르비아에 숨었던 그는 올해 3월 10일쯤 몬테네그로로 밀입국했고, 같은 달 23일 현지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항공기를 타려다 체포됐다.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