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생산업체들이 또다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레미콘과 건설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파업까지 예고, 건설현장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생산업계 1위인 쌍용C&E는 다음 달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성신양회도 톤당 10만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두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서 한일·삼표시멘트 등 다른 곳도 값을 인상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번 인상까지 이뤄지면 시멘트 가격은 2년 새 4차례나 오르게 된다. 2021년 6월 톤당 7만5,000원이었던 시멘트값은 현재 10만5,000원 선에 이르고, 12만 원까지 오를 경우 2년 사이 60% 급등하게 된다. 시멘트 생산업체는 제조원가 중 20%가량을 차지하는 전기료가 올라 가격을 인상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회원사들이 5년간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규제로 2조 원 넘는 설비투자액을 부담했다며 경영 손실 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사 자재구매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협의회)는 "시멘트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전년 고점 대비 39%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유연탄 가격 인상을 이유로 시멘트 가격을 인상했던 업체들은 단가를 인하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시멘트업체들에 보냈다. 협의회 관계자는 "시멘트, 레미콘사와 상생협력을 위해 원·부자재 가격을 반영해 지난해 세 차례 단가 인상을 진행했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은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레미콘업계도 비상이다. 시멘트값이 오르면 레미콘 생산 비용도 오르는 구조인데, 건설사로부터 제값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15일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시멘트 생산업체들의 가격 인상 예고에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 갔던 사례를 감안하면 실제 시멘트값 인상 시 파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최대한 협상으로 풀고 싶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시멘트값 인상이 불러올 파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 일정과 현장 공사가 줄줄이 멈추거나 공사비 분쟁이 더욱 첨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본부장은 "지금도 주택조합과 공사비 갈등이 벌어지는 사업장이 많은데 시멘트값이 인상되면 갈등은 더 증폭될 것"이라며 "착공 전 사업장들도 분양가 인상이 뻔한 상황에서 건설 일정을 미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회의를 열고 시멘트 가격 인상 적정 여부를 논의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최소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