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일관계가 좋다"고 평가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43.5%와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26~28일 실시한 한국·일본 국민 공동 여론조사에서다. 한일관계를 긍정 평가한 한국인 비율은 공동 여론조사를 시작한 1995년(42.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인의 긍정 평가 비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기 직전인 2011년(53%) 이후 최고치였다.
한국일보가 창간 69년(6월 9일)을 맞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지난달 26~28일 한국인 1,000명과 일본인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 이같이 조사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올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한 것을 계기로 조성된 해빙 분위기를 양국 국민이 실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와 친밀도 역시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한일관계가 좋다"고 답한 한국인 비율(43.5%·매우 좋다 4.4%, 좋은 편이다 39.1%)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조사(17.6%)보다 크게 늘었다.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0년엔 긍정 평가가 6.1%에 그쳤다. "한일관계가 나쁘다"는 답변은 지난해 78.4%에서 1년 만에 52.1%로 줄었다.
"한일관계가 좋다"는 일본인 비율(45%·매우 좋다 2%, 좋은 편이다 43%)도 지난해(17%)보다 늘었다. "나쁘다"는 응답은 지난해엔 79%였고, 올해는 50%로 집계됐다.
한일관계의 전망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했다.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한국 응답자는 37.7%로, 지난해(52.9%)보다 감소했다. "나빠질 것"이란 답변은 12.6%, "변하지 않을 것"은 47.0%였다. 일본에선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34%)이 지난해(31%)보다 늘었지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답변자(60%)가 여전히 많았다. "나빠질 것"은 3%였다.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는 양국 모두 지난해보다 올랐지만 온도차가 확인됐다.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는 한국인(27.6%)보다 "한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일본인(40%)이 많았다. 지난해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는 25.0%,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신뢰도는 30%였다. 일본인의 한국 신뢰도는 2011년(50%) 이후 최고치다.
상대국에 대한 친밀도 조사에서도 "일본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한국인(28.4%)보다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일본인(47%)이 많았다. 올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친밀도는 공동 여론조사에 친밀도 평가 문항을 넣은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친밀도는 27.9%, 일본인의 한국 친밀도는 42%였다.
한국과 일본의 20대(18~29세)가 다른 세대보다 상대국에 우호적인 것은 주목할 지점이다. 한국 20대 사이에서 일본에 대한 신뢰도는 60대 이상(38.3%)보단 낮았지만, 40대(14.9%)와 50대(19.2%)보다는 높았다. 일본에 대한 20대의 친밀도(41.5%) 역시 전 세대 평균(28.4%)을 웃돌았다. 일본의 18~29세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한 신뢰도(69%)와 친밀도(65%)가 다른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양국 20대가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를 스스럼없이 수용하고 즐긴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