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에 반(反)하는 베팅을 하지 말라”고 언론 기고문을 통해 또다시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내세울 때 즐겨 쓰는 표현으로, ‘중국 편에 서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재차 전파한 것이다. 특히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미국 승리·중국 패배’ 베팅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발언을 한 직후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절대 미국 경제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2021년 취임 이후 자신의 정책 성과를 자찬했다. 그는 △1,3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4% 미만의 실업률 △소득 하위 50%의 실질소득 3.4% 증가 등을 열거한 뒤, “미국 경제의 회복은 다른 주요 경제국들보다도 강력하다”고 밝혔다. 인프라법, 반도체 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입법 성과도 내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시장과 산업의 경쟁력 및 회복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일시적인 중도 후퇴도 있을 순 있으나, 2년간 이룬 진전은 미국이나 미국인에 반해서 베팅하는 건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라는 내 확고한 신념을 재확인시켜 줬다”고 주장했다.
공교로운 건 싱 대사 발언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앞서 싱 대사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반하는 베팅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평소 언급을 패러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3년 한국 방문,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SK실트론CSS 공장 방문, 올해 초 국정연설 등에서 이 표현을 사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견제’ 발언은 계속됐다. 이날 그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왜 특정 첨단 기술 능력을 (중국에) 이전하지 않는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논의한 적이 있다. 나는 ‘중국이 이를 대량살상무기(WMD)와 정보 개입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이유를 설명하며 압박을 가한 셈이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는 결국 부채와 몰수 프로그램이라는 게 드러났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이날 ‘대서양 선언’을 채택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영국산 핵심 광물도 미국 IRA의 보조금을 받도록 하는 핵심광물협정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고, △핵심 기술 공급망 강화 △안전하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AI) 개발 노력 강화 등 내용도 담겼다. 이 역시 대중 견제 조치의 일환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선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이 이날 만장일치로 통과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