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적자(7억9,000만 달러)로 돌아섰다. 수출 부진에 허덕이던 상품수지가 모처럼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그렇다. 주범은 여행수지다. 5억 달러 적자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적자가 37억3,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코로나19로 닫혔던 국경 문이 열리면서 ‘보복 여행’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1분기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이 498만 명으로 작년 1분기(41만 명)의 10배가 넘는다. 외국인 관광객도 늘긴 했지만 171만 명에 그쳤다. 올해와 내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한 게 무색하다.
□세계가 똑같이 코로나 몸살을 앓았는데 유독 우리나라의 보복 여행이 더 많은 건 왜일까. 우리나라 관광객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세가 더딘 영향이 크다. 4월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2019년 4월)에 비해 55%가 회복됐는데,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률은 24%에 그쳤다. 세계 공통의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이 아직 우리나라에 단체관광의 문을 열지 않고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이러다 적자폭이 갈수록 커질까 걱정이다.
□수출 부진 속에 여행수지까지 악화하니 정부 고민이 크다. 3월말 윤석열 대통령은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K관광 활성화 전략을 세워달라”고 한국관광공사에 주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외국인들이 고궁박물관에 있는 고려청자를 보러 한국에 오는 것을 뛰어넘어 순대, 떡볶이, 어묵을 먹으러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 관광이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6월엔 여행수지 개선의 기대가 있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13일) 특수가 예고돼 있다. 서울시와 BTS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서울 전역에서 ‘2023 BTS 페스타’를 진행한다. 한강 세빛섬, 남산 서울타워 등 서울 명소마다 BTS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장식하고 각종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전 세계 ‘아미’(BTS 팬) 최소 수만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이 축제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주요 특급호텔들은 이미 만실이다. BTS는 순대, 떡볶이를 넘어서는 귀한 관광자원이다. 행사 기간 바가지요금, 안전사고 등을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6월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